전국대회 4강족쇄 군대식 합숙훈련
상태바
전국대회 4강족쇄 군대식 합숙훈련
  • 최진섭 기자
  • 승인 2003년 03월 29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3년 03월 29일 토요일
  • 3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긴급점검]학교 엘리트체육-(중)성적 지상주의

글 싣는 순서

(상) 열악한 재정
(중) 성적 지상주의
(하) 대폭적 정책수술

한창 놀이에 빠져 즐거운 학교생활을 해야 할 초등학생들이 '성적 향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여 합숙훈련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현 사회가 빚어낸 비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숙소의 화재사건은 피라미드 구조의 잘못된 엘리트체육과 맹목적인 '금메달 제일주의'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 나라는 1972년 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체육특기자 무시험 특별전형이라는 특혜를 제정함으로써 세계에서 유일하게 '4강제'를 만들어 냈으며 이 때부터 많은 학생 선수들이 그릇된 운동방식에 따라 움직여 왔다.

이 때문에 대학이나 프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전국대회 4강에 올라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고 결국 아직 인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어린 선수들까지 어른들의 욕심에 의해 합숙생활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돼 버렸다.

또 전국대회를 앞두고 대회준비를 하는 동안에는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수업도 빠진 채 온종일 운동에만 전념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아이들은 최소한의 '교육받을 권리'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어른들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과도한 훈련과 합숙생활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비참한 현실에 놓여 있다.

체육계나 관련협회가 지나친 경쟁심을 유도하는 것도 어린 학생들이 과도한 훈련에 합숙까지 해야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더욱이 합숙까지 해 가며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잘못된 체육계 풍토와 입시현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정도가 심해진다.

중학교 선수의 경우 전국규모 대회 4강에 들어야 인문계 고교 진학자격이 주어지고, 고등학생 역시 전국대회 4강 혹은 8강이라는 간판을 달아야만 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4강 진입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기 일쑤다.

수업을 빼먹는 일은 이제 당연시되고 있으며, 성적향상을 위해서는 모욕적인 욕설과 구타도 공공연히 자행되고 자의를 가장한 반강제적인 합숙훈련까지 강요당해 운동하는 아이들의 동심은 지나친 승부욕으로 얼룩지고 있다.

학부모들까지 어린 자식들을 합숙소로 밀어넣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데다 어느 누구도 초·중·고 운동부 학생들이 부상 등으로 선수생활을 중단했을 경우를 대비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체육특기생의 교육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우리 나라도 수많은 특기생들이 운동선수이기 전에 학생임을 감안해 운동을 경쟁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클럽활동으로 학교체육이 탈바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른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