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손에서 벗어났지만… 현실은 여전히 지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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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손에서 벗어났지만… 현실은 여전히 지옥입니다
  • 최윤서 기자
  • 승인 2019년 05월 30일 18시 5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31일 금요일
  •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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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투게더] 28.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 1편
갑작스런 결혼… ‘인면수심’ 시댁
결국 파경… 정신·육체 모두 피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서유림(33·가명) 씨의 인생이 망가진 것은 5년 전 스물일곱의 꽃다운 나이였을 때다. 직장을 다니다 우연히 만난 남자친구와의 혼전임신으로 준비 없는 결혼을 했다. 남편은 인터넷 채팅에 빠져 가정은 안중에도 없었고 외도는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하루는 부부싸움을 크게 한 서유림 씨는 하소연을 하기 위해 인근에 살았던 시작은아버지 댁을 찾아갔다. 친정이나 시부모에게 꺼내지 못했던 말도 시작은아버지에게는 종종 하며 가까이 지냈다. 그러나 그게 이렇게 엄청난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서 씨는 그날도 시작은아버지를 찾아가 부부갈등을 토로하며 술을 함께 마셨고, 그렇게 그는 필름이 끊겼다. 시작은아버지가 필름이 끊긴 그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며 집안은 풍비박산 됐다.

시댁은 쉬쉬하는 것도 모자라 서 씨를 감금하며 나가지 못하게 했다. 시부모는 오히려 신고하려면 하라는 식으로 뻔뻔하게 나왔고, 그 과정에서 막말과 폭언이 오갔다. 그를 보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과 상처 그리고 원망은 유림 씨를 서서히 병들게 했다.

결국 양육비는 물론 피해보상 등 아무런 합의 없이 이혼을 당했다. 어린 딸과 함께 친정으로 내쫓긴 그는 점점 정신적 이상 증세를 보였다. 정신과 육체 모두 상처로 얼룩진 서 씨는 그렇게 사회에서 격리돼 갔다.

그런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친정부모의 속은 문드러진 지 이미 오래다. 대체 어느 시점부터 잘못된 건지 분간도 되지 않는 이 현실은 지옥보다 더한 지옥이 따로 없었다.

서 씨는 말이 없어졌고 그런 친정엄마 박 씨는 애가 닳는다. 박 씨는 “딸에게 그런 일이 생기고 바로 정신적 치료를 받았으면 상태가 이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 악마가 자신의 조카며느리를 건드렸다는 사실 자체로도 소름이 돋지만 딸은 이후 시댁의 감금, 폭언까지 더해지며 더욱 크게 다치게 됐다”고 울부짖었다. 이어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과, 딸을 끝까지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공존하며 평생 죄를 갚는 마음으로 손녀들을 키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6월 7일 2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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