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성장을 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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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성장을 위한 시간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6월 09일 15시 3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10일 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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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요즘이 죽순이 많이 나오는 철인가. 식당에 가면 종종 죽순으로 만든 반찬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때마다 올봄에 가졌던 일련의 경험을 떠올린다. 행복교육지구 관계자 연수 때 담양 죽녹원을 둘러보는 기회가 있었다. 울창한 대나무 사이를 걷는 시간은 행복했다. 시원한 그늘과 바람을 느끼며,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

죽녹원을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단지 한 장이 굴러다녔다. "당신의 삶도 지금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이 당신의 퀀텀 리프를 함께 합니다." 대나무로 통을 만들어 밥을 짓는 식당 광고였다. 전단지는 대숲을 배경으로 대나무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며, 이것이 퀀텀 리프(Quantum Leap)와 같다고 했다.

대나무는 씨앗을 뿌리고 난 뒤 2년이 지나서야 겨우 고개를 내민다. 3년이 지나고 4년이 되어도 겨우 30㎝ 정도이다. 그런데 5년째가 되면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이러한 성장은 퀀텀 리프와 같다.

곰곰 생각해보면,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처럼 하루에도 몇 미터씩 자라는 폭발적 성장은 그저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뿌리를 확장하고 영양을 비축하는 인고와 준비의 시간 끝에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양자 도약으로 번역되는 이 퀀텀 리프란 대체 뭐지? 이 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이지?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러나 전단지에는 '물질의 변화속도가 일정 수준이 아니라 급속도로 변하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설명되어 있을 뿐이었다.

죽녹원을 다녀온 뒤 인터넷 검색, 유튜브 조사 등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대충 이렇다. 독일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에너지는 지속적인 흐름이 아닌 별개의 패킷, 즉 양자(Quantum)의 형태로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덴마크의 닐스 보어는 플랑크의 양자이론이 전자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전자가 에너지를 일정하게 흡수하면 '더 높은 에너지 레벨'로 '이동하지 않고', '도약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퀀텀 리프, 즉 양자 도약이다. 퀀텀 리프는 퀀텀 점프(Quantum Jump)라고도 한다.

여기서 유래하여 퀀텀 리프란 비약적인 발전, 엄청난 비약 등의 뜻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낱말 하나의 뜻을 좀 정확히 알려다 보니, 또 재미있기도 해서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검색을 참 많이도 했다. 특히 과학 관련된 유튜브 영상은 최소 100 편 이상 보았던 것 같다.

전단지 한 장에서 비롯된 대나무의 성장과정과 퀀텀 리프에 대한 생각은 마침 읽고 있던 '축적의 길'이라는 책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우리 산업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축적의 시간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대통령이 휴가 중에 읽고 청와대 강연회도 열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장기적인 시행착오의 경험 속에서 상품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는 개념설계 역량을 키워야 하며, 고독한 천재를 키우기보다는 사회적 축적을 꾀하라는 주장 등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실패도 성공만큼 가치가 있다. 오랜 시간 속에서 영양과 에너지를 충분히 축적할 수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이 큰 배움, 큰 성장을 성취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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