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은 숭고하고 멋진 일이다. 과거 나라를 잃었던 때에도,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현재에도 말이다. 분명 시대적 상황과 여건, 어떤 분야에 관련되어 있느냐에 따라 그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그 숭고함과 무게의 경중을 따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필자는 현직 소방관으로서 수많은 재난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소방관의 보이지 않는 애국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위와 같은 표현을 써보았다. 소방관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직업이지만 만약 내 가족이 소방관이 된다고 하면 선뜻 권할 수 있을까?
뜨거운 불길과 싸워야 하고, 두려움이 앞서는 재난현장에서 항상 선두에 서있어야 한다. 또 모든 사람들을 구하고 가장 늦게 위험한 현장에서 나와야 한다. 실제로 해마다 6~7명의 소방관들이 재난현장에서 국민들의 생명을 구하다가 순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자신 있게 권한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많은 것이 있지만 그 중 위험에 처한 생명을 구한다는 숭고함, 그 큰 가치만으로도 멋있지 않나. 이것이야말로 나라를 지키는 또 다른 방법의 애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달 개최된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도 수많은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 참전용사, 의사자와 국가사회 공헌자들과 함께 소방관의 고마움도 언급되어 순직소방관에 대한 감사의 뜻을 국민 모두가 함께 전하기도 했다.
100년 전 일제로부터 나라를 찾기 위해 목숨을 바치고 항거하지는 않았지만, 그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위해 쉼 없이 달리고 있는 소방관들의 몸짓에 숭고함이 없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을까.
화마와 싸우는 현장에서 나 자신보다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소방관들의 정신이야 말로 이시대의 의로운 애국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숭고한 소방관의 삶 속에도 과거 수많은 애국의 아픈 상처처럼 씁쓸한 결과도 분명히 있다. 순직과 부상, 잔혹한 현장에 따른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민원인의 욕설과 폭행 등 안타까운 결과가 그것이다. 소방관의 숙명이기에 받아 드려야하는 현실이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 마다 가슴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
국민들에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모든 소방관들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항상 격려해주고 따뜻하게 바라봐달라는 것이다. 욕설과 폭행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우연히 마주치는 소방관에게 존경과 예우를 표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소방관에게 웃으며 ‘고맙다’, ‘수고한다’는 말 한 마디면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