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부품소재산업 기술독립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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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부품소재산업 기술독립 방안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7월 21일 15시 4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7월 22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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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6일 취임 100일 메시지를 통해 한국 중소벤처기업들이 부품과 소재 산업의 독립선언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의 보복성 무역제재로 인해 드러난 부품 소재 분야의 취약성을 중소벤처기업들이 나서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실제로 소재부품 분야는 몇 개 품목을 제외하고 나면 대부분이 대기업이 나서기에는 시장규모가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이 시장공급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문제는 부품 소재 산업이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다. 중소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산업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태반의 중소기업이 매월 월급날이 다가오면 종업원에게 지급할 임금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원천기술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기적 기술개발투자에 선뜻 나설 수 있겠는가? 또 기술력을 가진 전문 연구인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데 어떻게 연구조직을 구성할 것이며, 기껏 개발해 봤자 이를 공급할 만한 대기업들은 까다로운 생산품질조건을 제시하면서 이미 검증된 해외 부품 소재 기업들로부터 부품구매를 더 선호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어떻게 부품 소재개발에 뛰어들 용기를 가질 수 있겠는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부품산업의 현주소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11개 소재부품 분야 중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2010년 7개에서 2017년 4개 분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소재부품 수출액은 3162억 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2001년 소재부품특별조치법을 만들고 2013년에 ‘소재부품 미래비전 2020’을 통해 2020년까지 한국의 소재부품 수출 규모를 65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아쉬운 성적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지금까지의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답은 명확하다. 중소기업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중소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부품 소재개발에 도전할 수 있도록 범국가적 차원에서의 중장기 연구개발투자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부품 소재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고자 한다면 정부가 지자체 및 대기업과 상생협력의 고리를 만들어 중소기업에게 개발기술이 제품화되어 매출이 나올 때까지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기술 전문인력의 양성과 유입촉진, 시험 및 생산 인프라 지원과 같은 간접적 지원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둘째 소위 ‘헬리콥터식 부품 소재 산업 육성’에서 ‘족집게식 부품 소재 분야 집중육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정부가 소재부품 산업을 육성함에 있어 200대 분야지정과 같이 일정 부분 집중화에 노력해 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상분야가 광범위한 측면이 있었다. 국가산업의 거시적 관점에서 파급효과가 큰 부품 소재에 대한 제대로 된 성장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 세분화해 특정화될 필요가 있다. 이번 일본 정부가 TV와 스마트폰 부품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분야의 리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와 같이 ‘콕 집어’ 수출규제한 것처럼 우리도 특정 부품 소재를 ‘콕 집어’ 지원하자.

마지막으로 ‘창의적 연구개발지원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창의적 연구개발은 기존에 연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에 연구개발자가 도전적으로 참여하도록 유인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일면 새로운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만 지원이 집중되고 그렇지 않은 분야의 연구자들은 지원에서 소외되는 한계를 야기한다.

부품 소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연구개발보다는 어쩌면 이미 식별된 특정기술에 연구개발자들이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산업 분야에 맞는 맞춤형 연구개발지원 패러다임이 절실한 대목이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으로부터 100년이 흘렀다. 100년 전 일본의 무기가 군사력이었다면 지금은 기술력으로 바뀌었다. 이제 부품 소재 중소기업이 기술독립의 의병이 돼 비장한 결의로 독립선언을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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