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리뷰] 덴마크 로얄 오케스트라 내한연주… 신선했지만 밀도 높은 음색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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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 덴마크 로얄 오케스트라 내한연주… 신선했지만 밀도 높은 음색 아쉬워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12월 25일 15시 49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2월 26일 목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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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지난 10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는 유서는 깊지만 그동안 쉽게 만나기 힘들었던 한 오케스트라 단체 음악이 울려 퍼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오케스트라로 정평이 난 덴마크 로얄 오케스트라와 한창 스타 피아니스트로 주가를 올리는 선우예권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이달 공연의 큰 이슈였다.

더구나 협연곡이 모두의 사랑을 받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이었으니 관객의 기대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예상했던 대로 좋은 해석과 울림을 들려준 곡은 닐센(1865-1935)의 헬리오스 서곡이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칼 닐센은 한 번도 서양음악사에서 주역으로 등장한 적 없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더구나 헬리오스 서곡은 북유럽 작곡가 닐센의 개성과 색채를 엿볼 수 있는 곡이다. 그렇기에 첫 곡으로 닐센의 헬리오스 서곡이 등장한 것은 먼 이국땅에서 덴마크 오케스트라의 저력을 한 번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첼로가 저음에서 고요히 시작하며 점차 격정적인 금관악기 소리에 올라타 휘몰아친 후 다시 저음으로 마무리되는 구조를 지닌 헬리오스 서곡은 에게해의 일출과 일몰의 광경을 태양신 헬리오스가 불수레를 타고 등장하는 신화의 관점에서 그린 곡이다. 정적이면서도 동작인 느낌을 표현하는 오케스트라 현 흐름은 정교했고 관의 우렁찬 소리 역시 압도적인 울림을 지녔다.

자국 작곡가의 대표곡을 많이 연주해본 무르익은 음향 위에 완성도 높은 소리를 들려주어 닐센 음악이 뿜어내는 이국적인 멋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반면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맞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러시아 낭만주의 피아니즘의 음악 결이 온전히 표현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라흐마니노프 음악에 내재된 밀도 높은 낭만성이 한껏 표출되지 못한 점은 참으로 안타깝다.

전보다 더 섬세해진 선우예권의 피아노 음색이 지나치게 광폭된 울림에 파묻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도 균형감이 협연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 부분이었다.

마찬가지로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연주 역시 분명 투박한 느낌은 살아있었지만, 소리 자체가 거칠게 나오는 것과 음색을 정교히 조율해서 야성을 표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이렇듯 덴마크 로얄 오케스트라는 러시아 작곡가 음악에서는 상대적으로 농후한 음색을 보여주지 못해 관객의 부푼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다소 미흡했지만, 그들이 보여준 열정적인 연주와 생생한 해석은 신선한 기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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