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 속 사연] 유비즉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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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 속 사연] 유비즉무환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3월 17일 16시 27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3월 18일 수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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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유비즉무환(有備無患). '평소에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근심이 없음'을 뜻한다. 근심이나 걱정을 가불(假拂)해 그에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함으로써 실제로 닥칠 우환을 없애거나 최소화한다는 말이다. "사스나 메르스 사태를 경험했으면서도 유비즉무환의 대비 태세를 갖추지 못했으니 정말 무능한 국가다." 아주 사연이 깊은 성어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 춘추시대 전쟁 통에 생겨났다. 진(晉)나라 제후 도공(悼公)의 신하 위강은 도공의 동생, 양간(楊刊)이 군법을 어기자 양간의 마부를 참수했다. 한마디 진언 없는 도발적 행동에 분노한 도공은 위강을 처벌하려 했으나 이내 칼을 거뒀다.

그리고 위강을 더욱 신임했다. 시간이 흘러 정(鄭)나라의 침략을 받은 송(宋)나라가 도공에 구원을 요청했다. 도공은 위강을 지휘자로 내세워 노(魯)나라 등 12개 나라와 연합군을 편성해 정나라와 불가침조약을 체결토록 했고 송나라를 구했다.

초(楚)나라가 이에 불만을 품고 정나라를 침공했다. 결국, 정나라는 초나라와도 화의를 맺었다. 12개국이 두고 볼 수 없어 정나라를 침공했으나 진의 주선으로 전쟁이 멈췄다. 이에 대한 감사로 정나라는 도공에게 보물과 궁녀를 보내왔고 일부를 위강에게 하사하려 했다.

이때 위강은 "편안할 때에 위기를 생각하고(居安思危) 생각하면 대비를 하고(思則有備) 대비하면 근심이 사라집니다(有備則無患)"라며 하사 물을 거절했다.

요즘처럼 이런 '유비즉무환'이 무색한 적이 없다. 어찌 그리 재난에 대비를 못 하는가. 이런저런 재난을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고작 대비책으로 내놓은 온갖 것들이 그때그때 다르다. 전형적인 미봉책(彌縫策)이다. 백성의 정서와 욕구를 읽어낼 수 있는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에 완전 실패했다. 그 이유는 무능이 아닌 잔머리에 있다. 부실대응과 대응실패를 위장하기 위해 책임회피와 희생양 찾기에 분주하다. 또한, 재난 대비책을 마치 득표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집 나간 소는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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