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사연]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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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속사연] 행복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4월 14일 19시 0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4월 15일 수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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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의 규정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천부인권, 즉 국가적 자연권을 선언한 국가의 기본질서이며 법 해석의 최고 기준인 근본 규범이다. 모든 국가기관은 물론, 어떤 개인도 타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국가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헌법에 명시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행복의 사전적 정의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이나 그러한 상태'다. 달리 표현하자면, '주관적 안녕감으로, 즐거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편안한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행복의 기준과 정도는 남녀노소, 인종, 국가는 물론 주어진 사회적, 역사적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다. 행복은 한자어로 '幸福'이다. 중국 갑골문에 나온 '幸'자를 보면 양손을 묶는 수갑과 벽에 고정하는 쇠사슬이 그려져 있었다. 수갑은 죄인의 신체를 구속하기 위한 도구이다. 왜 수갑을 그린 글자가 '다행'이나 '행복'을 뜻하게 된 것일까? 한자는 지배계층이 만든 문자다. 지배계급들은 물론 국가로서는 죄를 지은 사람을 잡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뜻이다.'福' 자는 제단 쪽으로 무언가가 쏟아지는 모습이다. 이는 제단의 술잔에 술을 정성껏 따르는 형상이다. 신에게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내는 행위로 '만족할 만한 행운'을 기원하기 위함이다.

행복은 지배계층들이 행운을 얻기 위해 하늘에 올리는 일종의 제사다. 즉, 제사는 행복을 재현하지만, 인간 심리 기층에서 꿈틀거리는 불행을 막기 위한 주술이다. 행복(happiness)에 대한 서양식 정의를 보자면, 행복은 운(chance)을 의미하는 중세 영어의 'hap'에서 왔다고 한다. 이 'hap'은 좋거나 나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함유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hap'은 '뭔가 좋은 것'으로 변했다. 즉 중세를 벗어나면서 행복은 '운이 좋거나 행운이 깃들거나 다행하다'는 관념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행복에 '무슨 일'이 발생할 우연성의 의미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 '무슨 일'은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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