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 속 사연] 야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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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 속 사연] 야누스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4월 28일 19시 0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4월 29일 수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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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야누스(Janus). 로마신화에 나오는 문(門)의 수호신이다.

로마의 모든 신이 그리스의 신과 대응(미의 신, 아프로디테: 비너스. 신의 왕, 제우스: 유피테르)하지만, 야누스는 그리스 신화에는 유일하게 없는 신이다. 더욱 특이한 점은 모든 신은 얼굴이 하나인데 야누스는 두 개의 얼굴로 얼굴이 앞뒤 붙어있다.

왜 고대 로마인들은 두 개의 얼굴이 붙은 신을 만들었을까? 왜 신의 명칭을 야누스라 했을까?

문은 앞뒤가 없다. 문은 '사람이 드나들거나 물건을 넣었다꺼냈다 하기 위해 틔워 놓은 곳 또는 그곳에 달아놓고 여닫게 만든 시설'이다. 안과 밖을 경계지면서 필요할 때 경계를 해제하거나 폐쇄하는 의미를 지닌다.

문은 인간이나 물건 등 사용 주체의 존재 위치에 따라 안과 밖이 구분될 뿐 엄격히 말해 앞뒤로 구분되지 않는다. 따라서 두 개의 얼굴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야누스는 지혜를 가진 신이기도 하다. 지혜를 가진 신은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뒤통수 얼굴은 과거를, 정면 얼굴은 미래를 보며 역사 통찰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동시적 역할을 한다. 이래서 마주 볼 수 없는 두 얼굴로 신을 만들었다.

특히 라틴어로 문은 '야누아(Ianua)'고, 이 문의 명칭에서 '야누스'도 비롯됐다.

1월의 영어 명칭 'January'의 유래도 '야누스'다. 로마인들은 문이 시작을 내포하는 데다 1월은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이니 1월을 '야누스의 달(Januarius)'로 정했다. 이 라틴어가 영어로 변해 'January'가 1월이 됐다.

이 야누스가 언제부턴가 수난을 겪고 있다. 아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사람'을 가리켜 '두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 말이다.

사실 과거와 미래를 통찰하는 혜안의 지혜로운 자를 아주 ‘간교하고 사익만 추구하는 욕망덩어리’를 선(善)으로 포장한 사람으로 빗대고 있다. 사적 욕망덩어리를 자본주의의 피치 못할 병폐라고 치부하기에는 야누스가 주는 지혜를 체득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너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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