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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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9월 10일 17시 01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11일 금요일
  •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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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옥 명예기자.
▲ 이영옥 명예기자.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은 가족과의 이별이다.

내가 나이 들면서 부모님 연세도 함께 많아진다는 부담스러운 사실을 알게 된다.

늦은 결혼 후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나름 내 삶을 열심히 살아내느라 아등바등하던 어느 날, 문득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너무나 작아진 부모님 모습이었다.

굵은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등이 약간 굽어진 부쩍 마른 모습에 심장이 쿵 했다.

내 어린 세 자식들 키우느라 늘어난 생활비 때문에 친정 부모님께 드리는 것을 망설였던 부끄러운 순간도 있었다.

겨울과 봄 사이, 가을과 겨울 사이 늘어난 부고장을 보면 가슴이 동동 뛴다. 곧 내 차례가 들이닥칠 것처럼. 내 인생 어느 구비에서 나를 덮치겠지만, 최대한 안전보호망을 해드리고 싶다.

젊은 시절 계절의 변화가 패션 트렌드 기준이었다면, 요즘은 부모님의 건강을 챙기는 기준이 되었다.

이런 두려움을 안고 살기 시작한 나에게 지인은 가슴 저린 가족과의 이별을 알려주셨다. 뇌의 장애, 치매.

좌뇌까지 치매가 와 말을 할 수 없던 지인의 어머니는 정신이 맑아지면 눈으로 말씀을 하셨다고.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시면 지인이 알아듣고,

"5시인데 밥하러 가라고? 아직 시간 있어요. 엄마, 나 이거 주세요."

눈에 힘주며 놋그릇을 쳐다보셨다.

"오빠 것이라고? 저기 저렇게 많은데 주세요. 나중에 엄마 가시면 이거 보며 엄마려니 하고 살게요."

그제야 지인의 엄마는 눈에 힘을 풀고 허락하듯 지그시 바라봐주셨고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하라고, 그렇게 쉽게 가실 줄 몰랐다고, 너무 허무하다는 지인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두려움을 이기면서 오늘도 인터넷 장 봐드리고 매일 안부 전화드리며 자주 찾아가서 발음과 기억력을 살펴본다.

이영옥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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