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미디어 교육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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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미디어 교육에 관심을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9월 27일 18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28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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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을석 충북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1980년대,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은 이른바 3S 정책을 펼쳤다. 스포츠, 스크린, 섹스라는 것으로 국민의 시선을 유혹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 신문의 모든 뉴스를 보도지침이라는 것으로 통제를 하였고, 책과 잡지엔 금서 딱지를 붙였다. 굵직한 사회적 사안이 생기면 곧이어 연예인 대마초 사건을 터뜨려 관심을 딴 데로 돌렸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학생들은 자극과 유혹에서 벗어나 각종 매체가 전하는 소식 너머의 진실을 찾는 것이 중요한 성장의 과제가 되었다. 사회과학 학습을 통한 비판적 읽기가 유행했다.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내용물들은 그 자체로 무시되거나 반대로 해석되거나 다른 낌새를 알아차리는 근거로 활용되었다.

30~4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정권이 바뀌고 언론환경도 변했다. 권력의 자리를 자본이 대신했다. 방송, 라디오, 신문, 도서 등의 매체는 '옛 매체(Old Media)'로 물러나고 인터넷과 SNS 등이 '새 매체(New Media)'로 자리 잡았다. 바야흐로 새로운 미디어도 넘치고 온갖 정보와 뉴스도 넘친다. 선한 것들과 악한 것들, 참과 거짓이 마구 뒤섞이게 되었다.

비유하자면 미디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과 같다. 눈에 알맞은 안경을 쓰면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지만, 잘못된 안경은 세상을 왜곡되게 바라보도록 할 것이다. 문제는 안경의 선택이 순전히 개인에게 맡겨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엔 주로 권력이 방송, 언론 등을 장악하고 특정한 안경을 쓰도록 강요했다면, 지금은 자본을 비롯하여 훨씬 다양한 세력과 집단들이 여러 가지 안경을 쓰도록 유혹한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하여 가짜 정보와 뉴스를 퍼뜨려 종국에는 왜곡된 생각을 주입하려는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세계로 나가며, 진실을 찾고, 사회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미디어에 대해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미디어를 제대로 알고, 이용하고, 표현하는(Media Literacy) 교육이 점점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영국정부는 지난해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에 대한 최종 보고서'에서 미디어 교육을 읽기, 쓰기, 수학과 함께 4대 교육 영역 중 하나로 제시했다. 우리 정부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미디어 교육에 대한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충북교육청도 가칭 충북학교미디어교육센터 설립을 서두르고 있어 다행스럽다.

충북학교미디어교육센터 설립은 총사업비 180여억원 규모로 '미디어와 함께하는 행복한 민주시민 육성'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지난 7월 교육부 특별교부금 35억 원을 확보한 데 이어 설립 타당성, 활용 방안 등과 관련된 정책 연구 용역도 추진 중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 연구소에서도 충북 학교 미디어 교육 실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의 비판적 이해, 미디어 특성과 기술적 사용, 미디어의 윤리적 활용, 미디어를 이용한 창의적 콘텐츠 제작 등 미디어 교육이 더 깊이 나아갈 분야는 다양하다. 학교 급별로 미디어 교육을 어떻게 할까, 교과별로 분산된 미디어 교육 요소를 어떻게 통합하고 체계화할까도 고민거리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개인과 국가 간 미디어를 매개로 한 대화와 소통, 관계 형성이 일상화되었다. 미디어가 없는 민주사회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기에 미디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창의력을 펼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의 가치는 더없이 크다. 우리 아이들이 미디어를 통해 세계를 발견하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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