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자연의 보고 만인산
상태바
[아침마당] 자연의 보고 만인산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10월 18일 18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0월 19일 월요일
  • 18면
  • 지면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공섭 대전동구문화원장

오늘은 자연의 보고 만인산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만인산은 대전역에서 동남쪽으로 약 17km 거리의 대전 동구와 금산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산이다. 봄에는 각종 야생화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초록빛으로 물든 만인호의 풍경은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가을에는 빨갛게 물든 낙엽송 숲을 이루어주며 겨울에는 봉수래미 골짜기 황엽송 가지에 피어오른 설화는 외국의 어느 설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자기 몸으로 사계절을 노래하는 산이다.

만인산은 조선 초 이성계가 산세가 아름답고 옥수 같은 맑은 물이 흐르며 산봉우리가 연꽃이 연달아 피어있는 것 같은 수려한 경관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궐에서 지형과 풍수의 대가인 하륜을 만인산으로 보내 확인케 한 후 함경도 용연에 있던 자기의 태(胎)와 아들 정종의 태를 모아 만인산 남쪽 기슬에 묻고 그 무덤을 태실(胎室)이라 한 후부터 만인산을 태봉산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그 후에 태는 파가고 태가 묻혀있던 곳에 태실를 표시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만인산 푸른 학습원 뒤편에 있는 정기봉(正起峰)에 오르면 대전 전경이 눈 아래 펼쳐지고 천태산과 서대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봉우리 정상에는 봉화대가 현재도 원형대로 잘 보존돼 있다. 영남과 호남을 잇는 봉화를 올려 나라의 위급함을 알렸던 조상들의 슬기가 묻어있는 곳이다. 만인산 정기봉에서 조망하는 일출은 대청댐의 일출보다도 더 애착이 간다. 운해 위로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솟구쳐 오는 느낌을 받는다.

만인산의 또 다른 구경거리는 푸른 학습원이다. 각종 생태계가 자연 그대로 보존돼 전시되고 있고 조수 사육장과 산림욕장, 피크닉장, 천문대 등이 있고 야외 학습장도 잘 정비돼 있어 시민과 학생들이 자연학습장으로 애용하고 있다.

만인산은 대전천의 모태로 봉수래미 골에서 시작해 북으로 흘러 대전의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천으로 대전을 태동시킨 발원지이기도 하다. 매년 민간단체가 십시일반으로 봉수래미골에서 대전천 발원제를 올려 대전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한다. 대전 동구 삼괴동 마달리에서 충남금산군 추부면 요광리로 넘어가는 고개를 마달령이라고 부르는데 이 고개는 전라도에서 한양으로 과거 보려 가던 선비, 장사꾼, 관리들이 오가던 길로 요광원이라는 역관이 있었다고 한다.

마달령 고갯길은 말 한필이 간신히 넘어가는 좁은 고개라는 뜻을 가진 고개인데 시대의 변천으로 인해 머들령으로 부르고 있으며 민족 시인이자 겨레시인, 향토시인인 정훈(1911~1992)시인의 머들령 시로 더 유명해 진 곳이다. 지금의 만인산 휴게소 입구에는 머들령 시비가 세워져 있고 1994년에 머들령 시를 원로 서예가인 남계 조종국 선생이 시비 글을 썼다. 특히 정훈 시인의 고향이 대전 은행동이고 삼성초등학교를 졸업한 시인이라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가는 시인이다.

송풍이 코끝을 진하게 자극하는 산림욕을 즐기는 관광객도 많이 늘고 있으며 수림 속으로 2.5km의 산책로는 만인산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자연 풍광이다. 시내에서 20여 분 시내버스 501번을 타면 만인산에서 건강과 낭만 그리고 추억을 함께 만들 수 있는 곳, 만인산은 대전근교에서 최고의 힐링 장소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만인산 휴게소에서 즐기는 봉이 호떡 또한 만인산의 명물로 관광객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만인산 휴게소 한쪽에 패쇄 돼 있는 옛 금산으로 가는 태봉 굴을 대전 동구청과 금산군이 상호 협력해 관광자원화 시키려고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인산의 또 하나의 진경(珍景)은 태봉 산으로 지는 낙조다. 바다나 호수로 지는 낙조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빨갛게 물든 낙엽송이 역광과 부딪쳐서 품어내는 황홀한 빛 잔치는 자연의 오르가즘을 강하게 선물하는 곳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일경(一景)은 휴양림에서 솔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태봉산 봉우리와 만인호수에 잠긴 보름달의 어우러짐이다. 그 풍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선녀가 금방이라도 내려와 만인호수에서 목욕을 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는 곳이 만인산이다.

빠른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