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 속 사연] 사회적 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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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 속 사연] 사회적 타살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11월 10일 19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1월 11일 수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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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사회적 타살(social murder, homicide)' '사회에서의 일반적 통념이 차별로 작용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다. 엥겔스가 ‘영국 노동계급의 조건:1845년’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그는 '산업자본주의 출현의 공포 속에서 노동자와 시민을 체계적이고 습관적으로 살해하는 것'을 사회적 타살이라 했다.

사회적 타살은 사회 구조적 요인, 사회성과 관계성이 반영된 사망이다. 가해자가 바로 사회구조다. 책임소재가 사회구조에 있지만, 사회정체가 모호해 사망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사회적 타살은 사회 전반에서 발생하지만, 주로 노동시장에서 발생한다. 사회 구조적 요인에 의한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자의 자살과 과로사가 전형적인 사회적 타살이다. 특히 1980년대 일본에서 처음 사용한 과로사는 사인(死因)을 상황적 요인에 두기 때문에 사회적 용어라 볼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자 자살과 과로사는 착취와 배제에 그 원인이 있다. 착취는 노동자가 노동으로 생산한 가치를 노동자에게 충분히 보상되지 않고 자본가가 독식하는 것을 말한다. 배제는 같은 회사에서 함께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것을 말한다.(정규직과 비정규직)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따라 착취 강도는 강해지고, 배제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착취와 배제의 대상들은 갈수록 빈곤에 처하게 된다. 권력, 신분, 경제 불평등의 격차는 수렴이 불가능할 정도로 벌어진다. 노동시장의 불평등 분배구조로 인한 빈곤은 사회가 가하는 학대다. 이 학대를 이기지 못한 노동자, 즉 빈곤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은 자살이나 과로사의 종말을 맞을 우려가 높다.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타살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택배기사의 잇따른 과로사는 언론의 단골 메뉴가 되며 사회적 관심을 주목시킨 사회문제가 됐다. 과도한 노동 강도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럼에도 자본주의가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불평등 분배구조)임을 고려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타살은 그냥 받아들여야 할 사회 현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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