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정답 맞히기 교육’의 문제
상태바
[목요세평] ‘정답 맞히기 교육’의 문제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11월 11일 18시 55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1월 12일 목요일
  • 18면
  • 지면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진철 세종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한국은 짧은 기간에 많은 발전을 이루어낸 대표적인 나라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각종 지표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을 이룬 원동력이 ‘교육’이라는 데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한국의 초중등 학교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지난 30여 년에 걸쳐 제기되어 온 학교교육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학교의 운영 체제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교육 내용에 관한 것이다.

학교 운영 체제는 사실상 학교의 민주적 운영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의 권리와 역할 문제, 학부모의 학교 참여 등은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1990년대 이후 전교조 등 교사들의 노동조합 운동 역시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목적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의 집단적 견해를 표출할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통로를 확보함으로써 ‘민주적·전문적 통제’를 추구한 것이다. 이는 근래 사회적 관심사인 이른바 ‘검찰 개혁’, ‘의료정책 갈등’ 등 전문 분야의 문제들이 결국 ‘민주적 통제’의 문제라는 점에서 볼 때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2010년 이래 각 시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교혁신 정책 역시 민주적 통제라는 맥락을 내포하고 있다. 그 결과 ‘학교 민주화’가 상당한 정도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주목할 점은 학교장의 리더십 역시 ‘민주적 리더십’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 이후 30년이 지난 오늘날의 학교 운영은 학교 운영 체제 면에서 볼 때 괄목할 정도로 민주화되었다. 1998년 학교운영위원회 설치의 법적 근거 마련 이후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학교운영 참여는 근래 들어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으로 진전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학교교육의 문제 중 학교운영 체제와 관련한 사회적 관심은 분명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학교교육의 문제는 ‘교육 내용의 문제’로 집중될 차례이다. 교육내용의 문제는 곧 교육과정의 문제이다. 교육과정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말하자면 ‘정답 맞히기 교육’의 문제이다. 학부모들 사이에 자녀의 학교교육을 ‘기-승-전-대입’이라고 한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때의 대입은 곧 수능을 의미하고 수능은 결국 ‘정답 맞히기 경쟁’이다. 초중고 학창시절 내내 정답맞히기 교육을 받아 온 학부모 세대들이 볼 때 교육은 곧 정답 맞히기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다. 교사들 역시 정답이 없는 문제를 내본 적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답 맞히기 교육의 문제는 학생들을 ‘정답을 맞춘 학생’과 ‘정답을 못 맞춘 학생’으로 가르고, 이어서 정답을 ‘많이 맞춘 학생’과 ‘적게 맞춘 학생’으로 서열화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TV의 청소년 퀴즈프로그램은 수십 년째 정답 맞히기라는 ‘오래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읽기, 쓰기, 셈하기 등 기초학력을 습득하는 과정은 정답맞히기 학습일 수 있다. 인지능력을 키우고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 방법으로 정답맞히기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인지능력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가치 판단과 태도 등 정의적 영역, 관계 형성과 갈등 해결 등 사회적 영역,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관리할 줄 아는 신체적 영역 등 학교교육을 통해 키워야 할 능력은 다양하다.

학교교육이 정답 맞히기 교육에서 벗어나 ‘전인 교육’을 해야 함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교교육의 문제 중 학교 운영 체제의 문제를 사회적 관심 속에 ‘민주적 통제’로 진전시켰듯이, 정답 맞히기 교육에서 벗어나는 길 역시 사회적 관심과 합의의 과정이 요구된다.

빠른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