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서예이야기 423] 조조삼소(曹操三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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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의 서예이야기 423] 조조삼소(曹操三笑)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11월 29일 17시 08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1월 30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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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동남풍을 빌어 촉·오 연합군의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돌아온 제갈량은 조조가 살아서 도망갈 길을 정확하게 예측해 요소마다 관우와 장비, 조운 등을 매복시켰다.

한편 참패를 당한 조조는 겨우 1000여 명의 패잔병과 함께 도망치고 있었다. 그런데 조조가 숲이 울창하고 지형이 험한 오림(烏林)이라는 곳에 이르러 갑자기 깔깔대며 크게 웃어댔다. 그러자 부하들이 의아해서 물었다.

“승상께서는 이런 판에 뭐가 재미있어서 웃으시는 겁니까?”

그러자 조조가 대답했다.

“지혜가 없는 주유(周瑜)와 제갈량이 생각나서 웃은 것이다. 이런 곳에서 군사들을 조금만 매복시켰어도 우리는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 아니냐?”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숲 속에서 조자룡이 나타났다. 혼비백산한 조조는 부하 장수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추격에서 벗어나 호로구라는 계곡에 당도하여 민가에서 약탈한 식량으로 밥을 짓기 시작했다. 그 때 조조가 또다시 큰 소리로 웃어대며 말했다.

“나 같으면 이런 곳에다 군사들을 매복시켰을 것이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맹장 장비가 숲 속에서 장팔사모를 비껴들고 뛰쳐나오며 일갈했다.

“이놈, 역적 조조야. 공명군사의 명을 받고 기다린 지 오래다. 네 어디로 도망가려느냐?”

조조가 돌아다보니 남아 있는 장병들은 겨우 300여 명이었다. 얼마쯤 더 가더니 조조가 갑자기 마상에서 채찍을 높이 들고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조조의 웃음소리에 두 번 혼쭐이 난 장병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부하들의 조조가 답했다.

“주유와 제갈량이 이런 곳에 군사 몇 백만 숨겨두어도 우리는 꼼짝없이 사로잡히고 말 것이다. 그들이 제법 꾀가 있다하나 아직 애송이들이다.”

조조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양쪽 숲 속에서 수백의 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앞장선 장수는 관우였다. 조조와 그의 수하 장수들은 싸움을 포기한 채 관우 앞에 꿇어앉아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신의에 강한 관우는 옛날 조조에게 입은 은혜를 저버릴 수 없어 이들을 모두 살려 보내고 말았다.

조조삼소(曹操三笑)는 이렇게 조조가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상대방을 얕보며 비웃은 데서 비롯된 성어(成語)인데 자만에 빠져 분수를 모르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우리들도 모든 일에서 유비무환(有備無患) 정신으로 어려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국전서예초대작가및전각심사위원장·청곡서실 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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