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코로나 19가 깨닫게 한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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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코로나 19가 깨닫게 한 삶의 지혜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12월 06일 18시 0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2월 07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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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

어느덧 2020년 한 해의 끝자락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이하 코로나) 팬데믹으로 참 어렵게 보낸 한 해였다.

미국만 보더라도 한국전,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 최근 치른 5대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의 수보다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로 세상과 이별했다는 슬픈 소식이 들린다.

설령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제가 위축되고 사회적 단절이 계속되면서 우울하고 고달픈 삶으로 지쳐가는 사람의 숫자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

며칠 사이에 연이어 발표되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소식이 반갑기는 하지만 악화일로인 팬데믹 상황은 우려를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2010년대에 한국을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고 해 ‘헬조선’이라고 지칭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헬월드(hellworld)’가 돼버린 듯하다.

이처럼 선진국, 후진국 가리지 않고 세계가 다 비슷한 상황이다 보니 예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내에서 ‘헬조선’을 소리치며 외국으로 시선을 돌리던 사람들은 많이 줄어든 듯하다.

2016년에 2040세대 2만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설문을 보면 설문자의 88%가 한국이 싫어서 이민을 가고 싶다고 했고, 93%는 한국이 부끄럽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었다.

만약 지금 상황에 똑같은 설문을 해보면 어떨까?

법무부가 발표한 해외 국적취득으로 우리나라 국적을 상실한 사람의 수를 보더라도 2016년 3만 5000명에서 지난 9월 현재 1만 9000명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 치료비로 최소 4000여만원 이상 지불한 미국 국민의 영수증과 4만여원에 불과한 영수증을 비교하며 함께 보여준 뉴스를 보고서 괜히 미국 사람들이 불쌍하게 느껴지는 묘한 기분을 경험한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자연히 생명과 안전보장이라는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에 대해 그동안 가졌던 부정적인 인식은 깨어지고 있고, 헬조선의 이미지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해본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국가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제대로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계기가 아닐 수 없다. 다음 차례는 우리의 몫이다. 국가가 우리를 지켰듯이 우리도 국가를 위해 해야 할 무언가 있을 듯하다. 개인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국가를 강조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국가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 결과가 국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 보고 유익한 방향으로 행동의 방식을 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행동 결정에 국가에 대한 고려 여부는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코로나 위기에서 숨쉬기 불편하다고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마스크를 써서 자신을 바이러스로부터 지킬 뿐만 아니라 사회의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하는 것과 같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필자도 ‘국가를 위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는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십여 년 전 출장길에 우연히 만난 노년의 퇴직 연구원께서 어린 나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며 ‘나는 늙어 국가의 도움만 받고 살지만, 지금 이렇게 국가를 위해 연구하는 후배 연구원이 내 앞에 있는데 이렇게 인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말씀하셨다.

코로나 19위기를 겪으며 이제야 그분 말씀의 의미가 와닿았다. 국가를 위한다는 마음과 행동이 결국 나를 살리는 길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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