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워라밸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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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워라밸은 다르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12월 15일 19시 25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2월 16일 수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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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연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남편이 퇴근 후 몇 시간 동안 사라진 적이 있다. 퇴근 후 일곱 살, 세 살 아이들과 부대끼며 저녁을 준비하며 걱정하고 있을 무렵 남편은 태연하게 집에 와서 당당하게 워라밸을 말했다.

퇴근 후 지인과 쇼핑을 했단다. 어이가 없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기고 일하는 엄마이다 보니 늘 죄인 같은 마음으로 지내며 회식도 모임도 눈치 보며 거절하고 집으로 뛰어와 가사와 육아에 뛰어드는 나와 달리 남편은 퇴근 후 회식도 모임도 동호회도 친구 모임도 엄청나게 다닌다. 주말이면 다른 지역 친구들을 만난다며 외박이 대부분이니 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더해 가사와 독박 양육에 치여 나 혼자서 지칠 대로 지치고 만다.

분명 워라밸이 중요시되고 있는 트렌드에 따라 남편도 나도 정시에 퇴근하고 회식 등을 강요받지 않는다. 그런데 왜 퇴근 후의 삶은 이렇게나 다를까.

워라밸은 Work와 Life의 Balance를 뜻한다. 남편과 나의 출퇴근 시간은 같으니 표면적으로는 둘의 Work와 Life 밸런스는 동일하다. 그런데 어디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행정안전부가 지난 8월 13~21일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주니어 공무원(1980년~2000년생)의 89.2%가 이른바 '꼰대'가 자신의 회사에 있다고 답했다. 또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은 과거 경험만 중시하고 세대별 차이를 무시하는 '라떼는 말이야 형(50.7%)'이었다. 또한 추구하는 직장 생활 키워드는 전 연령 모두 '일과 가정의 양립'을 1순위로 꼽았다.

'꼰대'라 불리는 세대의 경우 어느 정도 안정된 위치에 있다 보니 여유롭게 워라밸을 누리게 된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상사가 바뀔 때마다 취미와 주량, 대인관계 성향을 빠르게 파악해야 하는 것은 아랫사람들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이 누리고 있는 워라밸은 당신들 사이에 끼어 있는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꼰대'가 되지 않고 '신(新)중년'이 될 수는 없는가?

누구에게나 일과 휴식의 양립은 필요하다. 갑작스럽게 급부상한 사회현상인 워라밸인 만큼 무분별하게 주장하기보다는 배려와 이해로 성숙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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