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 속 사연] '家(가)'의 사연
상태바
[낱말 속 사연] '家(가)'의 사연
  • 충청투데이
  • 승인 2021년 01월 19일 19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1월 20일 수요일
  • 18면
  • 지면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가(家). '집'이나 '가족'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다. 집안에 돼지를 기르는 가옥의 형태를 반영한 회의(會意) 문자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람이 사는 집(방) 아래에 돼지가 사는 모습을 상상해 만든 글자다. 예로부터 고대 중국에서는 돼지 등 가축은 귀중한 가산(家産)이었다. 그러니 함부로 방목하는 등 내놓고 키울 수가 없었다. 도난 방지를 위해 가족 이외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바닥 아래에서 키웠다. 먹이는 잔반(殘飯)이거나 인간의 배설물이었다.지금도 중국 남부 산간 일부 소수민족들은 이런 식으로 돼지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사육된 돼지는 제천(祭天)의 제물, 희생양으로 삼아 신성시됐다. 수렵 실패 때 영양보충을 위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정말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인 가축임에도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최대의 음식 재료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신성한 제사나 기원제(굿이나 동신제)의 제물로 쓰였다.

한자어는 갑골문자를 시원으로 해 중국에서 창안된 글자임에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일부에서 시원이 우리나라가 아니냐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도 있다. 그 주장의 근거는 바로 제주도 등 일부 남부지역에서 볼 수 있는 돼지 사육방법이다. 물론 지금은 거의 사라져 그 흔적만 남아 있지만 말이다. 변소 아래 적당한 공간을 확보하고 그 공간에 돼지를 사육한다. 인분(人糞)이 바로 돼지의 먹이다. 변소는 집 안에 있고, 변소 아래에는 돼지가 있다. 이 모습에서 '家' 자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돼지가 가축화된 시기는 약 4800년 전이라 한다.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는 절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성경 레위기(Leviticus)에 돼지가 부정한 짐승으로 언급돼 있기 때문이라 한다. 종교적 금기 이전에 사실 돼지는 다른 동물과 달리 배설물, 썩은 식물, 시체 등 온갖 먹거리를 코와 발로 마구 헤치며 먹는 불결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신의 배설물 위에서 생활하는 등 지저분한 동물이다.

빠른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