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서예이야기] 첩족선득(捷足先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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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의 서예이야기] 첩족선득(捷足先得)
  • 충청투데이
  • 승인 2021년 01월 24일 18시 20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1월 25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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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의 서예이야기 431]

중국 한(漢)나라 대장군 한신(韓信)은 배후를 튼튼히 하려는 전략으로 조(趙)나라와 연(燕)나라에 이어 제(齊)나라까지 멸망시켰다.

제나라를 평정한 한신은 유방(劉邦)에게 제나라의 질서가 완전히 잡힐 때까지만 임시로 제나라 왕에 봉해 달라고 칭했다.

그때 형양(滎陽)에서 항우(項羽)에게 포위돼 지원이 절실했던 유방은 속으로는 몹시 괘씸했지만 그의 마음이 변할까봐 하는 수 없이 한신을 제왕에 봉했다.

이렇게 한신의 세력이 갑자기 커지자 전에 조나라와 연나라에서 활약한 바 있는 모사(謀士) 괴통이 찾아왔다.

괴통은 한신에게 이번 기회에 유방을 버리고 독립해서 천하를 초·한·제로 삼분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한신은 그 말을 물리치고 계속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고 한나라를 세우는 데 커다란 공을 세웠다.

천하가 평정되자 유방은 초왕에 봉했던 한신을 소환해 병권을 박탈한 뒤 회음후(淮陰侯)로 강등(降等)시켜 함양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결국 한신은 재기하지 못하고 유방의 아내 여후(呂后)와 승상 소하(蕭何)의 계교에 빠져 처형되고 말았다.

한신은 죽으면서 “내가 전에 괴통의 말을 듣지 않아서 오늘날 이 꼴이 되었구나!”하고 한탄했다.

한신이 한 말 때문에 괴통 또한 붙잡혀 유방의 문초를 받게 됐다.

결국 괴통이 한신에게 독립하라고 부추겼던 일이 들통 나고 크게 노한 유방은 괴통을 삶아 죽이라고 명했다.

이에 괴통은 억울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나라가 망했을 때의 상황은 마치 사슴(황제를 상징함) 한 마리를 향해 모든 사람들이 같이 뒤쫓고 있는 형국이어서 키가 크고 발이 빠른 자가 먼저 쫓아가 잡게 돼 있었습니다(우시재고질족자선득언:于是材高疾足者先得焉). 도척이 기른 개가 요(堯)임금이 보고 달려드는 것은 요 임금이 어질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신(臣)이 한신에게 그런 계책을 올렸을 때 신은 한신만 알았지 페하와 같은 영광을 누리려고 했습니다. 다만 그들의 능력이 모자랐을 뿐입니다. 그 삶들이 다 반역자라고 한다면 그들은 모두 삶아 죽이실 작정입니까?”

그 말에 할 말이 없어진 유방은 그를 풀어 주고 말았다.

첩족선득(捷足先得:동작이 빠른 사람이 먼저 얻는다)을 질족선득(疾足先得), 질족선등(疾足先登)이라고도 한다.

<국전서예초대작가및전각심사위원장·청곡서실 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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