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의 흥행이 쉽지 않지만, 황정민까지 불러왔는데 이 정도일 줄은….
6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방송한 JTBC 금토극 '허쉬' 마지막 회 시청률은 2.310%(이하 비지상파 유료가구)를 기록했다.
최종회에서는 한준혁(황정민 분)과 이지수(임윤아) 등이 마침내 침묵을 깨뜨리고 진실의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허쉬'는 황정민과 윤아를 주연으로 내세워 시작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특히 주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었던 황정민의 경우 2012년 '한반도' 이후 8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었다.
기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성공한 사례가 드문 가운데, 그것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방송기자가 아닌 신문기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우려가 됐지만 황정민이 이를 살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작품 자체도 실제 기자 출신인 정진영 작가가 언론 조직을 배경으로 쓴 소설 '침묵주의보'를 원작으로 해 어느 정도 리얼리티가 살아있을 것으로 주목됐다.
그러나 '허쉬'는 1회 3.4%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을 끝으로 다시는 그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중반부에는 1%대로까지 떨어지며 체면치레조차 물 건너갔다. 화제성 측면에서도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며 참패했다.
'허쉬'의 패인으로는 언론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과 최근 인식 사이의 괴리, 그리고 스토리 자체의 진부함과 비현실성 등이 지적된다.
과거 언론은 '정의'의 대명사로서 다양한 작품에서 비리를 밝혀내고 악을 응징하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 정도(正道)를 벗어난다는 지적이 늘면서 그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됐다.
'허쉬' 역시 이런 부분을 고려한 듯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라는 수식어를 내세웠으나, 결국 기자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극적으로 진행하려면 언론사 안팎의 비리를 파헤치는 히어로극의 문법을 따를 수밖에 없고 이 작품 역시 그랬다. 하지만 언론사 내부의 이야기에는 대중이 관심이 없고, 외부 비리를 그릴 때는 대중의 괴리가 장애물로 작용했다.
준혁이 과거에 얼마나 좋은 기자였는지를 설명하듯 보여주는 부분은 지나치게 늘어졌고, 인간의 입체적인 면을 강조하는 최근 드라마 트렌드와 정반대되게 선과 악을 단면적으로, 그리고 계몽주의적으로 풀어낸 부분은 반감만 안겼다.
이 밖에도 지수와 윤경(유선) 등 주요 인물들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줬고, 크고 작은 에피소드에서 의외로 현실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장면과 작위적인 내레이션 등이 이어지면서 캐스팅을 믿고 진입한 시청자들도 점점 이탈했다.
'허쉬' 후속으로는 신하균-여진구 주연의 '괴물'을 방송한다.
한편, KBS 2TV '오! 삼광빌라!'는 25.1%-30.7%, tvN '철인왕후'는 14.5%,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7.869%-9.06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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