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육이 정치로부터 분리돼야 한다는 명목아래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 금지를 골자로 한 법이 시행되면서 전국 17개 시도체육회와 228개 시군구체육회가 지난해 1월 일제히 민간체육회장체제로 출범했다.
오는 6월이면 지방체육회가 공신력 있는 법정법인으로서 지위를 갖게 된다. 법률상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국민체육진흥법상 지방체육회는 또 정부로부터 직접 보조금을 받는 사업자로서 보조금지원시스템 역시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방체육회의 12가지 고유사업과 활동범위가 법에 명시되고, 자치단체장과 체육회장 등이 포함된 7명이상 15명 이하의 지역체육진흥협의회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방체육회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우선 지방체육회의 고유사업과 활동이 지자체의 체육진흥조례에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만 법률내용과의 이질성이 없게 되고, 지방체육회가 법인화에 걸맞게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또 지방체육회에 대한 기금 및 지방비에 대한 지원근거가 명확해졌지만, 지방비 지원의 경우 필요시 조례로 정한다는 근거만 마련된 것이지, 지원한다는 의무사항이 명시된 것은 아니다. 지방체육회의 예산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심이나 민선체육회장의 능력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지원의 의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행·재정적 자율성확보를 위한 국민체육진흥법과 체육시설법, 법인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여러 관련 법률의 제·개정도 넘어야할 산이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즈음해 시도체육회장들이 국민체육진흥기금 20% 지방체육회 정률배분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적이 있다.
정부가 운용하는 체육진흥기금(체육진흥투표권)을 체육단체가 결정하고 논의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대한체육회와 지방체육회가 정률 배분하는 내용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업체의 지방체육 후원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기업에 세금혜택을 확대하거나 메세나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공공체육시설운영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방체육회의 사업과 활동이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만큼, 지방체육회가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가짐으로써 지역체육시설의 관리운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스포츠현장에서 폭력사태가 잇따라 터지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체육계 현장의 인권침해 조사 및 조치상황 등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스포츠윤리센터 인권감시관을 시도체육회에도 배치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있어야 하겠다. 지난달 초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시도체육회 순회간담회에서 지방체육회 등의 자립기반구축을 위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수익금 배분조정과 체육분야 기업지원확대를 위한 메세나법(후원활동에 대한 조세감면) 마련 등 중점추진사항을 밝힌 바 있다.
지방체육회는 학교체육 및 전문체육, 생활체육 진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지역민의 건강과 체력증진, 여가선용 및 복지향상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방체육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제 체육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삶의 필수요소가 됐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시대와 현실을 반영한 패러다임 쉬프트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고정된 틀을 시대가 요구하는 대로 바꾸어 나가는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