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학습연구년, 쉼이 있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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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학습연구년, 쉼이 있는 교육
  • 충청투데이
  • 승인 2021년 03월 14일 16시 52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3월 15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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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을석 충북교육정책연구소장

우리 연구소에서 학습연구년 교사들의 복무와 연구 관리를 맡고 있다. 올해 선발된 교사들을 위한 개강식을 얼마 전에 가졌다. 이들이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가짐과 동시에 알찬 연구를 진행하기를 축원했다.

학습연구년은 국가공무원인 교원들에게 교직생활 중 단 한 번, 그것도 일부 선발된 교사에게만 부여되는 특별 혜택이다. 근무성적이 우수한 공무원에게 특별연수를 줄 수 있다는 법 조항에 근거해 '교원연수에 관한 규정'에서 교원평가 우수자에게 허가하도록 하고 있다.

학습연구년의 연원을 찾자면 유대교의 안식일과 안식년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이 천지창조를 엿새에 걸쳐 하시고 마지막 날인 제7일은 쉬셨으니 인간들도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을 게다.

안식년은 안식일의 확장판 정도일 것이다. 사람들도 일에서 좀 떨어져 휴식과 연구에 임할 수 있는 안식년, 심지어 농지도 휴경을 함으로써 땅의 힘을 회복하도록 했다. 이러한 안식년 제도가 근대 대학제도와 함께 수입됨으로써 우리나라 교수들도 연구년이란 이름으로 누리게 되었다.

휴식과 연구를 위한 특별 휴가라는 점에서는 조선시대의 사가독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수한 관료들에게 휴가를 주고 생업과 현업에서 벗어나 오로지 독서와 연구에만 몰입하게끔 허락하고 지원하는 제도다. 이는 조선 태종 때 처음 제안되었고, 세종 8년 1426년에 도입되어 영조 49년 1773년까지 시행되었다. 최단기 1~3개월에서 최장기인 경우 기한 없이 장가(長暇)를 주었으며, 모든 비용을 나라에서 부담했고, 독서당이라는 건물까지 지어 기거할 수 있게 했다. 제도 시행기간 동안 모두 48차에 걸쳐 320명을 선발하였는데, 이 사가독서를 거친 인물들 상당수가 고위관료로 등용되었다. 이들은 철마다 읽은 책 목록을 보고하고, 매달 세 차례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해 논문을, 사가독서를 끝낼 때는 월과(月課)라고 하는 결과물을 제출했다. 적절한 휴가 부여와 연구 몰입을 통한 성과물을 요구했던 것이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교원평가를 실시하지 못했지만, 우리 교육청은 특별연수 취지를 고려해 45명의 학습연구년 교사를 선발했다. 충북 교원들에게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정책사업이라면 아마도 교원힐링연수와 이 학습연구년일 것이다. 사기 앙양이라는 측면도 고려되었다. 이들에게는 연수경비가 지원(1인당 500만원 내외)된다.

우리 교육청 연구년 교사들은 주 2~3회 출근하며, 주별 연수, 월별 이슈토론, 연구과제 수행을 위한 현장 컨설팅에 더해 자기개발 연수계획을 수립하여 이행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이들 교사는 21건의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는 중간 과정의 컨설팅, 연수, 토론회 등의 보고서를 제외한 수치다.

창의성과 성과 창출은 쉼에서 나온다. 유태인이 창의력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도 쉼을 잘 활용하는 것이리라. 고대 그리스의 귀족들, 예컨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사상적 창의성도 그들이 향유한 여유에서 나왔을 것이다.

당근과 채찍은 작업과정이 단순하고 목표가 명확할 때 효과적이다. 그러나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이 필요한 일에는 무효과 또는 역효과를 낸다. 구글에서 시행한 이른바 '20% 프로젝트'도 참고할 만하다. 업무시간의 20%를 자신이 관심 두는 분야에 자유롭게 몰두하도록, 심지어는 일을 안 하고 있어도 허용하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지메일 등 사업의 핵심분야가 창출되었다니 쉼의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우리 교육청의 일관된 학습연구년제 정책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쉼에 대한 인정, 교원에 대한 배려 뿐 아니라 생산적인 교육을 위한 바람직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연구년 교사들이 성찰과 반성을 토대로, 지식과 경험 등 전문성을 신장하고, 미래를 위한 실천적 의지를 새롭게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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