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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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충청투데이
  • 승인 2021년 03월 14일 16시 51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3월 15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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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 중국 전한(前漢)11대 황제인 원제(元帝)에게는 수많은 궁녀가 있었는데 그중에 왕소군(王昭君)은 재주와 미모를 고루 갖춰서 중국의 4대 미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여인이다.

원제의 궁녀들이 많아서 미색을 고를 때는 일일이 살피지 못하고 화공(畵工)인 모연수(毛延壽)에게 궁녀들의 얼굴을 일일이 그리게 한 다음 그림을 보고 미녀를 골랐다.

그래서 궁녀들은 모연수에게 많은 뇌물을 주고 자신의 얼굴을 잘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왕소군은 집안이 가난한데다 특별히 얼굴을 고칠 데도 없어 뇌물을 하나도 바치지 않았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모연수는 그녀의 얼굴을 평범하게 그려 놓는 바람에 천하절색이면서도 황제의 눈에 띄지 못했다.

당시 한나라는 국력이 쇠약해져서 변방의 오랑캐들을 힘으로 다스리지 못하고 화친정책으로 그들을 달래가며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흉노족의 선우 호한야(呼韓耶)가 찾아와서 원제(元帝)에게 사위가 되겠다고 청을 했다.

이를 거절할 수 없는 원제는 차마 공주를 보내지 못하고 궁녀들의 초상화에서 못생긴 몇 명을 골라 호한야에게 보인 뒤 그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호한야는 그 중에 끼어 있는 왕소군의 미모에 반해 얼른 그녀를 선택하고 나서 공주가 아니라도 좋다고 흡족해했다.

호한야 일행이 떠나는 날 수레에 오르는 왕소군의 미색을 발견하고 놀란 원제는 불같이 노해서 화공 모연수를 참수해 버리고 그가 뇌물로 이룬 재산을 모조리 몰수했으나 절세미인을 오랑캐에게 빼앗긴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낯선 오랑캐 땅에 끌려가 살게 된 왕소군의 애달픈 이야기는 후세에 수많은 시인의 단골 소재가 됐는데 다음은 당(唐)나라 때 시인(詩人) 동방규가 왕소군을 생각하며 지은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다 하나 봄 같지가 않구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이처럼 시인 동방규가 왕소군을 생각하며 지은 시에서 유래한 말이다.

요즈음도 ‘따뜻해야 할 봄은 왔다 하나 겨울 추위로 봄 같지 않다’고 계절에 빗대서 성어를 말하고 있다.

<국전서예초대작가및전각심사위원장·청곡서실 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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