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마음 품은 소녀… 꿈 향한 도약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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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마음 품은 소녀… 꿈 향한 도약 시작합니다
  • 서유빈 기자
  • 승인 2021년 03월 14일 17시 11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3월 15일 월요일
  • 7면
  •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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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키우는 아이들 숨은 보석찾기 캠페인] ③ 진주를 닮은 소진이 (上)
엄마가 보여준 태권도 영상으로 꿈 가져… 학원 시범단 선수 될 정도로 실력키워
두번 전학하며 환경이 달라져 힘들기도 했지만 환영해 준 친구들 덕분에 극복
세번의 도전 끝 초록우산 만나게 돼… 누가봐도 반짝이는 보석으로 성장하고파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와 ㈜유토개발, 충청투데이는 대전지역 소외계층 아동들이 차별 없는 교육 기회를 제공받고 꿈 앞에 놓인 장애물을 수월히 넘을 수 있도록 1년간의 '숨은보석찾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산업 디자이너를 꿈꾸는 수진이와 경찰이 되고 싶은 서준이를 만났다. 12명의 '숨은보석' 중 세 번째 주인공은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강소진(12·가명) 학생이다. 오랜 인고 끝에 스스로 빛나는 보석, 진주를 닮은 소진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자. <편집자주>

◆ 태권도는 나의 첫사랑
소진이가 세 살 무렵일 때, 엄마가 우연히 틀어준 태권도 영상은 아이의 마음에 깊게 자리했고 이내 첫사랑으로 피어났다. 그래서 소진이는 여섯 살부터 태권도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금세 흥미를 느껴 실력도 쑥쑥 늘었다. 초등학교에 진학한 뒤로는 하교 후 곧장 학원으로 향해 혼자서 두 타임 연습을 하고 올 정도였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10개월가량의 공백기를 두고도 다시금 시작한 태권도에서 나태해 있지 않고 참여해 시작 일주일 만에 온라인 대회에 출전해서 당당히 1위에 입상했다. 태권도 학원 내의 시범단 테스트에서도 합격해 시범단 선수가 됐다.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의 바람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지원해주면서 바르게 성장하는 것일 테지만, 소진이의 엄마는 남모르게 냉가슴을 앓는 날이 많았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아이의 능력과 반대로 녹록지 않은 가정환경 탓이다. 일찍이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소진이와 소진이의 여동생까지 홀로 벌어 키우면서 아이들의 교육은 최소한으로만 제공해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달마다 소진이의 태권도 학원비와 시범단 등록비, 대회 참가비로 예상외 지출이 생겨날 때마다 엄마는 아프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며 형편에 맞는 생활을 하려면 어디에 선가의 지출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진이는 절벽에 피는 꽃처럼 나날이 스스로의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 마음의 100%를 사용하는 아이
처음 지나는 교문. 생소한 복도의 냄새. 낯선 친구들의 얼굴. 열두 살이 된 소진이는 지금까지 전학을 두 번 다녔다. 홑벌이를 하는 엄마의 직장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레 아이의 학교도 바뀌었다. 처음 전학을 갔던 학교에는 친구들과 놀던 철봉과 그네가 없어서 안 그래도 헛헛한 마음이 더욱 허전한 기분이었다. 뛰어놀기 좋아하는 소진이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었던 것. 다행히도 철봉과 그네의 빈자리는 금세 채워졌다. 착하고 다정한 친구들이 갓 전학을 온 소진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내 다시 전학을 가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전학을 가야 했지만 소진이는 그때 정말이지 '향수병'에 걸릴 것만 같았다. 두 번째 전학 간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마음의 50%만 쓰기로 다짐했다. 혹시 또 학교를 떠나게 되면 남겨질 친구들이 너무 슬플까 봐 그랬다. 전학을 간 첫날, 소진이의 결심은 배시시 새어 나오는 웃음과 함께 사라졌다. 교단에 선 소진이에게 쩌렁쩌렁하게 환호성을 질러준 친구들 덕분이다. 그때부터 소진이는 어떤 상황이든 가진 마음의 100%를 내보이기로 했다. 어제 옆에 있었던 친구가 갑자기 사라지더라도 철봉을 오르고 그네에 타 신나게 발을 굴렀던 기억, 교실이 떠나가라 환영해주던 친구들의 얼굴은 오래오래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 엄마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소진이에게 친구들이 끊임없는 즐거움이 샘솟는 옹달샘이라면 엄마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존재다. 3살 터울의 여동생과는 모든 취향이 정반대여서 부딪히기 일쑤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솔로몬처럼 중재를 시켜주는 엄마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소진이와 동생은 나이 차이에 비해 체격이 비슷하고 성별이 같아 소진이가 입던 옷을 동생에게 물려주거나 동생의 옷을 소진이가 빌려 입는 일이 많이 생긴다. 동생 소연이(가명)는 핑크색과 화장하고 꾸미는 걸 좋아하는 한편 소진이는 무덤덤한 성격처럼 외향적인 모습을 꾸미는 데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엄마, 소연이와 셋이 놀이동산에 놀러 갔을 때도 소진이는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터를, 소연이는 아기자기한 회전목마를 타고 싶다며 의견이 갈린 적이 있다. 뙤약볕 아래에서 자매의 다툼은 접점을 찾기 힘들었지만 여느 엄마들과 다르게 소진이의 엄마는 인내심을 보였다.

두 자매가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모두 탈 수 있게 해 주면서 상대방이 원하는 놀이기구도 함께 경험해 보라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 엄마와 두 자매만이 남았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빠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크게 남았지만 엄마는 보다 더 큰 사랑을 자매에게 주는 나무가 됐다. 소진이 역시 늘 꿈을 응원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다짐을 했다. 미래를 만드는 사람. 꿈과 희망을 키우는 사람. 무엇보다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

◆ 자기 몸을 계속 굴려 만들어지는 진주
바다 속 깊은 곳에서 흙과 뒤섞인 채 스스로 빛을 만들어 가는 진주. 소진이는 그런 진주를 닮았다. 누군가의 채굴을 기다리는 다른 보석들과 다르게 조개 안에서 자기 몸을 계속 굴려 만들어지는 진주처럼 앞으로 태권도 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는 각오다. 설령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도 ‘흙’과 같은 어려움을 뱉어내지 않고 계속 기다릴 생각이다. 값지고 멋진 진주가 되는 그날, 하늘 높이 환호성을 지르는 상상을 하면서 꿈을 향해 한 걸음 정진하고 있다.

◆ 세 번 두드려 열린 '초록우산'의 문
태권도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면서도 학업과 여타 재능 찾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소진이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의 만남을 오랜 시간 그려왔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도 영특하고 씩씩하게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딸 소진이에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지역사회에 도움을 청해 보는 일이었다. 그동안 소진이와 엄마는 초록우산에서 주관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지원 신청서를 함께 작성하면서 소진이의 꿈을 키워줄 수 있는 곳의 문을 두드렸다. 어려웠던 시기, 보증금 관련 지원에서도 관계 기관의 이해가 부족해 도움을 받지 못했고 ‘아이리더’에도 지원했으나 선정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숨은보석찾기는 소진이네에게 더없이 고마운 기회다. 강소진 학생은 “눈에 띄는 반짝거리는 보석은 누구에게나 발견될 수 있지만 숨은 보석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숨은 보석이다. 하지만 이번 캠페인을 통해 앞으로의 저는 반짝이는 보석이 돼 누구에게나 보일 수 있는 보석으로 빛을 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下편에서 계속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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