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약(公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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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약(公約)의 무게
  • 이재범 기자
  • 승인 2021년 03월 17일 18시 06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3월 18일 목요일
  •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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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2017년 4월 24일 저녁 6시를 넘긴 시간 천안 신부동 문화의 거리 인근.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문 후보의 천안 집중유세 현장에는 당의 유력주자는 물론 당시 천안시장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 시·도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 천안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었던 ‘중부권동서횡단철도 건설사업’을 대선공약에 넣기로 했다고 발표한다. 이후 연설 무대에 오른 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만세’를 외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사업에는 지역의 오랜 숙원인 수도권 전철 독립기념관 연장이 포함된 것은 물론 청당동을 비롯한 동남권 지역민들의 간절한 바람인 청수역 신설까지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에선 각종 선거 때마다 이른바 ‘원팀’을 외치며 이 사업의 실현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대선공약에 포함되며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 사업은 어느 때부턴가 흐지부지돼 갔다. 급기야 최근에는 이 사업이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제외될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모든 역량을 총 결집해야 한다’는 식의 구호성 발언도 없다. 지역 출신 도지사와 지역구 국회의원은 아예 방송에서 다른 지역의 철도망 사업에 대한 필요성만을 언급했다.

2021년 3월 17일 아침 10시 천안시의회 로비. 이곳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이 공약했던 '삼거리공원명품화 조성사업'의 원안 추진을 촉구하는 삭발식이 열린 것이다. 이 자리에서 청당동 지역구 소속 민주당 시의원은 대표로 머리를 짧게 잘랐다. 삼거리공원명품화 사업 예산이 현 국민의힘 소속 시장의 입김으로 대폭 삭감된 것에 대한 항의성 차원의 삭발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부권동서횡단철도 사업이 가시화되면 해당 시의원이 속한 지역구에 청수역이 신설될 예정이었다. 선택적인 '원안촉구' 삭발식에 지역민들은 어리둥절하고 있다. 민주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약의 무게가 따로 있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재범·천안 담당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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