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경중원(破鏡重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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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경중원(破鏡重圓)
  • 충청투데이
  • 승인 2021년 03월 21일 17시 15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3월 22일 월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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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남조(南朝)의 마지막 왕조인 진(陳)나라의 황제 진숙보(陳叔寶)는 즉위한 이래 주색잡기(酒色雜技)에 빠져 정사(政事)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한심한 임금이었다.

이때 양자강 이북의 북조(北朝)에서는 북위(北魏)를 빼앗아 수(隋)나라를 세우고 기세가 오른 수문제(隋文帝) 양견(楊堅)이 남북으로 분열된 천하를 통일할 야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마침내 수문제는 차남인 양광(楊廣)에게 52만의 대군을 줘 양자강을 건너 진나라를 정벌하게 했다.

진나라의 태자사인(太子舍人)이었던 서덕언(徐德言)은 수나라 대군이 양자강을 건너 도성으로 몰려오자 아내인 낙창공주(樂昌公主)를 불러 둥근 거울을 반으로 쪼갠 다음 한 조각을 건네 주면서 말했다.

“사태가 아주 급하게 됐소. 이 나라가 망하게 되면 그대는 얼굴과 재주가 남달리 뛰어나므로 틀림없이 적의 눈에 띄어 어느 귀한 집에 들어가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다시 만나기 어렵겠으나 혹시 모르니 이 거울 조각을 잘 간직하고 계시오. 그러다가 내년 정월 보름날이 되면 도성의 시장 바닥에 이 거울을 내다 파시오. 만일 내가 그때까지 살아남는 다면 반드시 찾아가겠소.”

두 사람은 거울 조각을 각각 품속에 깊숙이 간직하고 헤어졌다.

얼마 후 진나라는 망하고 서덕언의 아내도 수나라로 끌려가 권력자인 양소(楊素)의 집으로 보내졌다.

한편 난리 속에서도 살아남은 서덕언은 약속한 정월 보름날 수도 장안(長安)으로 들어가 시장을 헤매다가 한쭉에서 조각난 거울을 팔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서덕언은 품안에서 반쪽 거울을 꺼내 맞춰 보니 정확하게 맞았다.

그러나 부인은 이미 양소의 첩이 돼 만날 길이 없었다.

이에 서덕언은 거울 뒤에 파경시(破鏡詩)라는 한 수를 적어서 그 사람에게 줘 보냈다.

경여인구거(鏡與人俱去) 거울은 사람과 더불어 가더니/ 경귀인불귀(鏡歸人不歸) 거울만 돌아오고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 구나/ 무복부항아영(無復姮娥影) 다시는 항아의 모습 비추지 못하리/ 공유명월휘(空留明月輝) 헛되이 밝은 달빛만 찬란하게 품었도다.

거울을 받아본 덕언의 아내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먹지도 않고 울기만 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두 사람의 굳은 사랑에 감동한 양소는 덕언을 불러 그녀와 함께 고향에 가서 살도록 하락했다.

<국전서예초대작가및전각심사위원장·청곡서실 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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