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극화 우려만 커지는 중소기업 주 52시간 근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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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양극화 우려만 커지는 중소기업 주 52시간 근무제
  • 권혁조 기자
  • 승인 2021년 03월 30일 19시 00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3월 31일 수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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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조·취재 1부 경제팀 기자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시행되고 있다. 근로자들의 장시간 근로를 막아 산업재해를 줄이고 ‘저녁 있는 삶’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업들은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인력 충원이 필요하지만 인력을 채용할수록 인건비 외에 4대 보험료까지 부담해야 돼 채용을 최소화하거나 정규직 대신 파견·임시직으로 대체하고 있다.

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근로자들은 근무 시간 축소로 수입이 감소하면서 ‘저녁 있는 삶’ 대신 ‘저녁 굶는 삶’이 돼버렸다.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투잡을 선택하는 근로자들이 증가할수록 또 다른 고용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불과 몇 달만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더욱 우려되는 점은 오는 7월부터는 5인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게까지 확대 적용된다는 점이다.

특히 대전은 5인 이상 사업장이 전체 사업체 중 18.5%에 불과할만큼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다.

소규모 영세업체까지 제도가 확대 적용되면 소상공인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족 경영 체제로 돌리면서 점점 영세화되고 고용시장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현실적으로 규정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고 소송에 휘말리거나 행정 제재를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업주가 느낄 심리적 부담은 실제보다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피해는 소비 위주의 내수경기와 중소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반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기업들의 실적은 매달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 수출 기업 중에서도 산업별·업종별로 차이를 보이며 불균형이 커지는 ‘K자 성장’(양극화)가 계속되고 있다. 산업과 업종별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만 밀어붙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일부 수출기업들의 선방으로 버티고 있는 경기회복세를 장기적으로 이어가고 커져가는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유연한 조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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