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끝 공룡도시 청주 겨눠 地選 변수 … 토호세력 주목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청주 넥스트폴리스 등 산업단지 조성지를 둘러싼 땅 투기의혹에 '전수조사'란 핵(核)이 단단히 장착됐다. 최근 충북지역의 양대 축인 충북도와 도의회가 잇따라 성역없는 전수조사를 결정하면서 도내 선출직 및 일반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토지거래 내역 조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大勢)를 형성하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도내 공룡도시 청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를 겨냥해 "시의원들에 대한 투기의혹 전수조사를 결의하라"고 촉구하는 등 각 기관에 대한 압박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공소시효 등을 거론하며 의혹 규명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변수가 등장했다며 '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0일 도내 정치권과 공직사회는 향후 전개될 상황 등을 놓고 술렁였다. 전날 도의회가 도의원 31명 전원은 물론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까지 토지거래 내역을 조사 받겠다고 공표(公表)하면서 부터다.
정치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충북 전역의 대의기관인 도의회가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충북도 발(發) 전수조사 결정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찍혔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각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 모두 결국 전수조사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고 점쳤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비리척결 천명과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공분을 외면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전수조사의 '칼 끝'은 일단 청주시의회로 번졌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투기의혹을 받는 의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시의회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시의회는 전수조사를 통해 투기의혹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시의회가 도의회의 배턴을 받아 전수조사안을 결정할 경우 각 기초의회의 전수조사 발표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도의회의 한 관계자는 "선출직 및 일반 공직사회 모두 도민들의 '뭇매'를 예견할 텐데…. '어물쩍'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도내 11개 시·군의회 가운데 진천군의회와 옥천군의회 등 2곳만 전수조사를 결정했다. 개발사업부서 등을 대상으로 한 부분조사 입장을 밝힌 청주시의 '최종 결정안' 역시 지켜볼 대목이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진천군이 송기섭 군수를 포함해 전수조사의 물꼬를 튼 이후 옥천군도 전수조사 계획을 공표했다.
도내 곳곳의 기관에서 전수조사가 자리매김할 경우 전혀 예상치 못한 비리유형이 적발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직자는 "도청만 토지거래 내역 조회 대상이 2만명이 넘는다"면서 "예단을 해선 안 되지만 2만명이란 숫자와 '확률'이란 게 있지 않느냐"고 말을 아꼈다. 조사 대상이 수만명을 헤아리는 만큼 투기의혹이 사실로 불거질 가능성과 변칙 투기수법의 등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충북도는 다음 달 오송제3생명과학국가산단 등 3개 단지에 대한 1차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고 충북경찰청은 투기의혹 전담 수사 인력을 26명에서 42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차제에 토호(土豪)세력의 부동산 비리를 캘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와 마주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원로 정치인은 "그동안 토호 '이너서클'에 개발정보나 첩보가 흘러 들어가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각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 가운데 적잖은 수(數)가 토호로 분류되고 연장선에서 토호세력과 선출직 공직자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다는 일반론이 기저에 깔려 있다.
정치권은 잔뜩 긴장한 상태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장이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날아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토지 비리 적발은 물론 잡음만 터져 나와도 공천 대상에서 제외될 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국가의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 달라"고 지시했고 이런 맥락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4대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부당이득의 3~5배를 환수해 '부동산 투기=패가망신'이란 인식이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중앙당도 일맥상통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도의원은 "지방선거의 첫 번째 변수가 발생했는데 달리 보면 부패정치인을 걸러낼 수 있는 계기"라고 했다.
공소시효와 조사 대상 등을 거론하며 의혹 규명이 녹록지 않다는 시선 역시 주목된다. 공직자 위법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이기 때문에 2014년 3월 22일 이전 투기 행위에 대해선 조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형제 등은 법적으로 토지거래 내역을 조회할 수 없어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지방 산업단지의 지가 상승이 크지 않은 만큼 조사 자체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사 지역은 바이오헬스, 에어로폴리스 2·3지구, 맹동인곡 등 산업단지 조성지 또는 개발예정지 17곳이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