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오늘도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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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오늘도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합니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21년 03월 31일 18시 48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4월 01일 목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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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 미얀마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어른들뿐 아니라 한 살, 일곱 살, 아홉 살 아이들이 총탄에 희생되고 있습니다. 보도를 보고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기도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참기 힘이 듭니다.

우리 세종교육청은 미얀마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매년 미얀마 학교에 컴퓨터 공부를 하는 교육실 한 칸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이후 8개 학교에 컴퓨터실 한 칸씩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에 대한 연수를 했습니다. 현지에서 또는 한국으로 오도록 해서 모두 578명의 교사들을 훈련시켰습니다.

우리가 만났던 그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지금 권력을 찬탈한 군인들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보도를 매일 접하고 있습니다. 그 어린 아이들에게 왜 그렇게 총을 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도 있었습니다. 4월 3일, 국가에서 4·3희생자추념일로 정한 기념일입니다. 5월 18일, 국가에서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로 정한 날입니다. 제주의 4·3과 광주의 5·18은 군인과 경찰에 의해서 우리 국민들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사건입니다. 지금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 무시무시한 학살이 우리의 역사에도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들도 군인들이 쏜 총탄을 맞고 죽었습니다. 1980년 5월 24일 마을 뒷동산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던 효덕초등학교 4학년 전재수군이 근처를 지나면서 마구 총질을 했던 군인들의 총소리를 듣고 친구들과 뛰어서 도망갑니다. 도중에 고무신이 벗겨져서 그 고무신을 주어 신으려고 돌아오다가 가슴에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광주 진월동 원제저수지에서 멱을 감던 중학교 1학년 방광범도 M16 총탄을 맞고 죽었습니다. 효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던 어린이들도 총을 맞았습니다. 제주 4·3에서 죽어간 상황은 일일이 늘어놓기도 어렵습니다.

미얀마에서는 집으로 쳐들어온 군인들이 아빠 품에 안겨있던 9살 소녀를 쏘아 죽였습니다. 1살의 아기도 눈에 총을 맞았다고 합니다.

나라는 국민의 것입니다. 그런데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국민을 향해서 총을 쏩니다. 나라를 지키라는 군인들이 나라를 빼앗으려고 무력을 사용해서 국민의 권력을 빼앗고,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쿠데타’, ‘반정’이라고 합니다.

미얀마와 우리는 아주 비슷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외세의 지배를 받았던 것도 비슷합니다. 일본이 패망한 후 독립할 때까지 독립운동을 했던 것도, 거의 같은 시기에 독립 국가를 세운 것도, 그리고 우리는 61년 박정희군사쿠테타를 겪었고, 미얀마는 62년에 군사쿠테타를 겪습니다. 우리나라와 미얀마 모두 이후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군사독재의 치하에서 신음합니다. 미얀마는 1988년에 시민항쟁이 있었고, 많은 시민들이 죽임을 당합니다. 우리는 1980년에 그리고 1987년에 시민항쟁이 있었고 광주에서 많은 시민들이 군인들에 의해서 죽임을 당합니다. 결국 우리나라도 미얀마도 선거에 의한 민주정부가 들어섭니다. 그러나 군사독재세력은 쉽게 물러나지 않습니다. 거의 쌍둥이 같은 역사를 지닌 미얀마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지금 가택연금을 당한 아웅산 수지의 모습은 박정희 정권 때 오랜 기간 법에도 없는 가택연금을 당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그것과 같습니다. 군사정권의 하는 일들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우리 교육청을 방문했던 미얀마 선생님들이 생각납니다. 미얀마의 학생들을 잘 가르쳐보겠다고 먼 나라까지 와서 공부를 했던 그 착한 선생님들이 생각납니다. 그들도 거리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겠지요.

저도 2016년 5월 말 네피도에 있는 미얀마 교육부와 양곤 교육청을 방문하고, 띤깐(Thingangyun) 제15초등학교, 까마유(Kamayut) 제2초등학교, 미오마(Myoma) 중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그 때 만났던 미얀마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안위가 걱정입니다. 우리가 만나서 이야기하고, 같이 걸었던 그 거리에서 군인들이 시민과 학생들을 총으로 학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분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들의 고난과 투쟁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뜻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이겠지요.

미얀마의 군사독재가 물러가고 다시 민주정부가 들어선 후에 우리와 교류했던 그 선생님들을 만나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묻고,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는 평화로운 일상을 말합니다. 아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민주주의입니다. 오늘도 기도합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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