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폭언” 지옥이 된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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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폭언” 지옥이 된 직장
  • 송혜림 기자
  • 승인 2021년 04월 01일 19시 38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4월 02일 금요일
  • 4면
  •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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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매년 200명↑괴롭힘 상담
폭로시 불이익… 신분보장 어려워
특수고용직은 법 보호도 못 받아

[충청투데이 송혜림 기자] #. 대전에 거주하는 직장인 A 씨는 최근 지속된 상사의 폭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사내에 위치한 직장 내 괴롭힘 고발센터에 제보하려 했지만 신고자가 들통날까 신고를 단념했다. 그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쏟아지는 상사의 폭언에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업무에서 실수하면 지방대생은 별 수 없다며 온갖 욕설이 날아온다”고 토로했다. 결국 A 씨는 현재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 중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실제 현장에선 부당한 대우에도 홀로 참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속출하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의 처벌 조항을 담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일부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5인 이하 사업장 등 대상이 대폭 제외되면서 결국 ‘반쪽자리’ 법안에 그쳤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직장내괴롭힘상담센터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는 전국적으로 총 5823건에 달한다.

특히 대전여성단체연합에 접수된 대전지역 직장 내 괴롭힘 상담 건수는 2019년 229건, 2020년은 286건으로 매년 200명 이상이 직장 내 고충을 토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폭로해 불이익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말 전국 각지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년 새 괴롭힘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41명(34.1%)에 달했고, 이 가운데 235명(69.2%)는 신고 이후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불이익 유형은 △징계·근무조건의 악화(61.1%) △괴롭힘·따돌림(33.3%) △해고(5.6%) 순으로 나타났다.

대전지역 직장내괴롭힘상담센터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면 신고자가 누군지 사내에서 빠르게 소문이 퍼져 2차 가해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노동부에 호소해도 실명제라 추후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회사와 접촉하기 때문에 신고자의 신분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조사나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까지 마련됐지만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와 아파트 경비원, 골프장 캐디와 같은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노동자 등이 여전히 관련 법안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도 비판에 제기된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B 씨는 “정치권에선 우리 같은 사람들이 근로 관계에서 겪는 고통은 무시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법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송혜림 기자 eeyyii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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