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2021년이 '마지막 4월의 식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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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2021년이 '마지막 4월의 식목일'
  • 조선교 기자
  • 승인 2021년 04월 04일 18시 29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4월 05일 월요일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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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중 날짜 변경 결론 낼듯
온난화로 4월 5일 평균기온 10도
묘목 식재 적정기온 6도… 부적합
국민 절반 이상 “날짜 변경 찬성”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70여년간 이어온 ‘4월의 식목일’이 올해로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식목일 날짜 변경에 속도를 내면서 올해 중 변경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낼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식목일이 처음 지정된 1946년 이후 지구온난화가 점차 가속화되면서 매년 3월 평균 기온은 0.5도씩 올랐고 70여년 새 2~3도 가량이 상승했다.

특히 4월 5일을 기준으로 보면 이미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평균기온 10도대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기온이 높아지면서 보다 이른 시기에 나무의 잎이 나거나 꽃이 폈고 이로 인해 묘목을 심을 경우 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고사하거나 제대로 자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나무를 심기 위한 적정 평균기온을 6.5도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잎이 피는 시기가 5~7일 가량 앞당겨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식목일을 기존 4월 5일에서 최소 2주 가량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이러한 논란은 앞서 2000년대부터 꾸준히 불거졌다.

이미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식목일을 앞당기는 방안을 한 차례 검토한 바 있으며 2009년에는 국무회의 상정에 이어 2013년엔 관계부처 협의가 일부 이뤄지기도 했다.

또 2016년부터는 자연보호중앙연맹 등 환경단체가 3월 15일 지정을 골자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식목일을 변경할 만큼 기후변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봤고 상징성 문제를 비롯해 날짜 변경시 홍보 비용과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기존 기념일을 유지한 채 지역 여건에 따라 2월말부터 탄력적으로 ‘나무심기’를 운영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산림청은 이전 정부의 방침과 달리 식목일 날짜 변경을 위한 절차를 공식화한 뒤 속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박종호 전 산림청장이 지난달 초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곧바로 같은달 국민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국민 절반 이상(56%)이 식목일 날짜 변경에 찬성했고 반면 기존 식목일 날자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응답은 37.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산림청이 식목일 날짜 변경을 위한 첫 국민조사를 단행하는 등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이르면 올해 중 판가름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나무 심기를 기념하는 날인 만큼 융통성을 갖추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이미 환경과 여건이 많이 바뀐 만큼 오히려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기존의 식목일이 점차 잊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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