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화상수업과 '씨름'… 출석 확인·기기 결함 수업 한번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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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화상수업과 '씨름'… 출석 확인·기기 결함 수업 한번도 버겁다
  • 김중곤 기자
  • 승인 2021년 04월 04일 18시 45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4월 05일 월요일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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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출석확인에만 5분 허비
마이크 작동오류·접속문제도
교육부서 출결관련 지침 없어
미출석 땐 결석처리 어려워
실시간 화상수업=사진 김중곤 기자
실시간 화상수업=사진 김중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성윤(가명)이 들어왔니? 애들아 우리 5분만 더 기다려볼까?”

지난 2일 오전 9시 40분 서구 A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B교사는 텅 빈 교실에서 홀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분주히 말을 내뱉고 있다.

실시간 화상수업 시스템인 ‘패들렛’에 들어오지 않은 학생을 챙기기 위해서다.

B 교사는 10분 전부터 방을 개설하고 전화와 문자로 학생들에게 화상수업에 들어오라고 알리는 일이 우선이다.

하지만 정시가 됐는데도 입장하지 않은 학생을 파악하는데만 귀한 수업시간 5분을 허비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수업은 전체 21명 중 4명이 빠진 채 시작됐고 이들은 끝내 들어오지 않았다.

일선 학교현장은 화상수업과의 전쟁중이다. 화상수업을 외면하는 학생과 수업을 참여 시키기 위한 교사와 학생간의 사투(?)는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학교현장의 최대 고민거리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모든학생들의 출석으로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된다 해도 기기불량으로 인한 문제는 또 다른 골칫거리다. 수업 중간 내내 고르지 못한 화질과 마이크 상태를 체크하는데 수업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다. B 교사는 수업 중간 “연서(가명) 마이크 상태 안 좋아요?”, “민수(가명)도 마이크가 안 되니”라며 학생들의 마이크를 반복 확인 할 수밖에 없었다. 작동하지 않은 마이크에 두 학생은 수업 내내 발표와 모둠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밖에도 한 학생이 수업 도중 접속 문제로 퇴장됐다가 다시 들어오는 일도 반복됐다.

B 교사는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데도 문제가 생긴다. 지난해보다 원격수업에 적응하긴 했지만 아무리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학교현장의 고민거리는 또 있다.

화상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출결관리 문제다. A 학교처럼 4명이나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이들에 대해 곧바로 결석처리를 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A 교사는 “실시간 화상수업 자체가 변수가 많아 수업에 안 들어왔다고 결석 처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매 수업마다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로부터 내려온 출결 관련 지침이 없어 대면 수업과 같은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기록부가 진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초등학교는 큰 문제로 작용하지 않겠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들은 심각한 문제로 여겨질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비단 A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교육부가 확대한 실시간 화상수업으로 실제 초·중·고교학교 현장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충남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실시간 화상수업에서 준비할 것은 훨씬 많은데 매번 애로가 발생하니 학습 효율은 떨어진다”며 “학생들도 굳이 실시간 수업을 안 들어도 된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 정규수업 시간에 학원을 가는 학생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푸념했다. 그는 “단순히 쌍방향 수업을 늘리라고만 할 게 아니라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 등 현실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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