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이겨낼 '소통의 窓' 열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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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이겨낼 '소통의 窓' 열어줘야
  • 유순상 기자
  • 승인 2008년 09월 02일 2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8년 09월 03일 수요일
  •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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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왕따 위험수위]3)신나는 학교공동체

  글싣는 순서
1) 교실, 소리없는 전쟁 
2) 당신의 자녀는 행복합니까 
3) 신나는 학교공동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서로 힘을 더할 때 학교폭력, 왕따 등으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난다. 그들만의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이들에겐 "이해한다"는 말 한마디가 더없이 절실하다고 교육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른바 '문제아'들을 격리시켜 제도권 밖으로 내몰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안으로 끌어안고 대화를 나누려는 '학교공동체'가 해법이란 것이다.

A(중3)양. 같은 반 학생들보다 한 살이 많은 그는 원래 고등학교를 다녀야 할 나이지만 경기도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 잦은 가출과 결석으로 또래보다 배움이 1년 늦었다. A 양의 계속된 비행을 견디지 못한 부모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A 양을 할머니가 있는 충남 서천으로 보냈다.

이후 A 양은 변하기 시작했다.

서천교육청의 정준모 상담교사가 A 양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정 교사는 A 양과 진행한 세 달여의 상담프로그램 기간 동안 A 양의 아버지가 가정폭력을 행사해 왔다는 사실과 어머니가 일로 인해 A 양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 교사는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고 어머니와도 대화의 통로를 텄다.

그리고 A 양은 자신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와 학교적응은 물론 그동안 껄끄러웠던 친구들과의 사이도 좋아졌다.

정 교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문제가 가정에서 유발되기 때문에 학부모와 연계해 소통의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각 학교별로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기 어렵고 많은 경우 학부모가 교사와의 대화 자체를 꺼려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형성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충남 천안 성환고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성환고는 지난해 지역사회의 청소년수련원, 청소년 상담지원센터, 심리치료사, 병원 등과 연계해 상담망을 만들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부모가 도우미로 참여해 학교에서 문제를 야기하는 학생들을 돌보고 문제점을 찾아 전문가의 치료를 받도록 유도한다.

학생들은 학부모 도우미들에게 느끼는 가족애로 자연스럽게 대화의 창을 열게되고 전문가가 대화를 통해 도출된 문제를 치료한다는 방식이다.

성환고의 권혁수 학생부장은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부적응 학생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학생의 참여도와 호응도도 높아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왕따 등 학교폭력은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모두의 관심 여하가 문제의 출발점이면서도 실천적인 해법이다.

학교는 반드시 변해야 한다.

학생들의 학습력을 향상시키는 곳이 학교지만 바람직한 인성을 키우는 곳 역시 학교다.

학교폭력 등이 발생하면 내부에서 쉬쉬하는 폐쇄성은 결코 학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이미 입증됐다.

교육전문가들은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를 잇는 든든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족 간의 대화를 유도하는 한편 학생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는 전문가를 학교로 끌어들여야 한다.

행복한 학교는 다름아닌 행복한 가정에서 출발하고, 이는 다시 건강한 지역사회의 밑거름이 된다.  <끝>

 유순상·서이석·진창현 기자

 ssyoo@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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