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공설운동장의 윤봉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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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공설운동장의 윤봉길 의사
  • 대전매일
  • 승인 2003년 12월 15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3년 12월 15일 월요일
  •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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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회장
JP가 착잡한 표정으로 심대평 충남지사의 총선 불출마를 밝히던 지난 3일 같은 시간 중국 상해(上海) 루쉰(옛 홍커우 공원)에서는 윤봉길 의사의 사적전시관 개관식 겸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전시관의 이름은 윤 의사의 호 '매헌(梅軒)'을 기려 '매정(梅亭)'이라 했다.

장개석 총통이 '8억 중국인(그 당시 중국 인구)이 못한 것을 윤 의사 혼자 해냈다'고 경탄해마지 않았던 윤 의사의 의거를 이렇듯 중국은 지금까지 높게 받들고 있다.

중국대륙을 놀라게 한 윤 의사, 그는 바로 우리 충청인이 아닌가.

그런데도 정작 기념식 현장에 우리 충청지역 기관장이나 정치인들은 없었다.

윤봉길 의사를 가장 잘 받들어야 할 우리 지역에서는 무관심, 그 자체였다.

대전공설운동장으로 통하는 한밭종합운동장 한쪽 구석에 윤봉길 의사가 일본군 수뇌부를 향해 폭탄을 던지는 결연한 모습의 동상이 서 있다. 동상의 크기나 작품성 모두 훌륭하다.

그런데도 많은 시민들이 그 곳에 윤 의사의 동상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늘상 시민들이 접할 수 없는 장소인데다 세워진 위치가 운동장 한쪽 구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이제 주위에 나무들이 많아 시야를 가리고 있고, 그 앞은 자동차들의 주차로 접근이 어렵다.

윤봉길 의사는 결코 축구선수나 야구선수가 아니다. 육상선수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운동장 한쪽 구석에 서 있어야 하는가? 운동선수를 격하시켜서가 아니라 윤 의사와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서울 세종로에는 역시 우리 충청인으로 자랑스러운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우뚝 서 도시 분위기를 압도한다.

런던에 가면 주요 광장이나 거리에 어김없이 나폴레옹을 무찌른 넬슨 제독이나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 수상 등 위대한 인물들의 동상을 세워 놓았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이렇듯 자랑스런 역사속 인물들을 동상으로 세워 도시의 전통과 품격을 높이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처럼 역사를 빛낸 인물의 동상 말고도 복합적으로 군상을 도시에 세우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의 생뜨 페테르브르크(구 레닌그라드)의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전승기념물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2차대전 때 독일군이 이곳을 2년간이나 포위하고 40만명의 희생자를 냈지만 끝내 승리로 이끈 것을 기념하는 이 조형물은 페테르브르크의 상징이 될 정도다.

따라서 우리도 역동적이고 강렬한 윤봉길 의사 동상을 운동장 한 구석에 세워 놓을 게 아니라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줄 것을 바란다. 기왕에 만들어진 것이니 예산을 책정할 필요도 없다.

충남도청 앞 광장도 좋고 앞으로 고속철도역까지 겸하게 될 대전역 광장도 좋다. 대전시청 남문광장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대전시청은 현대식으로 우뚝 솟아 있고 남문 광장에는 소나무 등 조경이 잘 가꾸어져 있지만 그곳에 전통과 역사성을 지닌 어떤 분위기가 없어 아쉽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 뜻에서 시청 남문광장도 고려할 만하다.

여자와 도시는 가꾸는 데 따라서 달라진다고 한다. 대전은 전통이 없는 도시이고, 거리는 삭막하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전통을 만들고 분위기를 가꾸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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