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DMZ 행정수도는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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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DMZ 행정수도는 '함정'
  • 대전매일
  • 승인 2004년 02월 23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4년 02월 23일 월요일
  •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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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회장
이명박 서울시장님!

지난 2월 6일자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장님은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일소에 부치면서 통일이 머잖았으니 DMZ가 행정수도의 적지이고 그것도 통일 후에 생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이 시장은 "조선시대에 계룡산으로 실제 천도해 내려갔으나 너무 남쪽에 치우쳤고 좁은데다가 물이 없어 1년 만에 다시 올라왔다"고 했습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때는 계룡산 남쪽 산자락이 좁았고 물도 풍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철철 넘치는 대청댐으로 충청도 그 어디든, 그리고 인구가 얼마가 되든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음을 모르십니까? 땅이 좁다고 하지만 행정수도에 필요한 1000만평은 충청도 어디고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충청도가 너무 남쪽에 치우쳐 있다고 하지만 미국의 워싱턴은 너무 동쪽에 치우쳐 있고 러시아의 모스코바는 너무 서쪽에 치우쳐 있다고 문제가 되던가요? 이 밖에 영국, 중국, 독일, 이탈리아의 수도가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은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오히려 통일 후에도 충청도가 수도로서 최고의 적지입니다.

도대체 통일 후에 수도를 정하자는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그럴듯한 명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행정수도 이전을 지연시키고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이 시장님!

파리나 워싱턴, 로마, 런던 같은 수도는 옮길 필요가 없습니다. 그 나라들은 수도에 인구가 몰려 있지 않습니다. 문화도 몰려 있지 않고 경제도 집중돼 있지 않습니다. 골고루 지방이 균형을 이루며 건강한 국가를 형성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는 47%가 몰려 있고 경제력은 80%가 집중돼 있습니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문화·교육도 마찬가집니다. 이와 같은 중앙의 독과점 현상은 서울만이 최고라는 권위주의적 사고를 팽배시켰습니다. 미국은 워싱턴이 최고가 아니고 뉴욕, LA, 시카고가 최고입니다. 로마가 이탈리아를 대표하지만 경제적 실권은 밀라노에 있고 선진국 모든 나라가 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서울만 최고여야 합니까?

이명박 시장님!

지난주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1995∼99년 서울의 대기오염 측정 자료의 사망률 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 대기 중 오존농도가 하루에 21.5ppb 증가하면 연간 사망률이 3.4%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오존농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같은 조건에서 연간 사망률이 3.8%가량 증가되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오존농도를 감소시켜 사망률을 줄일 수 있음을 주장했는데 결국 이것은 공룡처럼 비대해진 서울의 규모를 줄이지 않고는 안되는 것 아닙니까? 세계 최고의 서울 교통체증은 또 얼마나 경제적, 정신적 소모이며 시민을 지치게 합니까?

서울시장으로서 시민의 건강을 염려하고 수명을 연장해 주는 게 당연한 의무가 아닙니까? 특히 중국의 상하이(上海)나 미국의 뉴욕처럼 서울이 경제수도가 되고 아시아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래야 대한민국이 균형발전을 이루어 건강해집니다.

추진력이 강하여 '불도저'라고 불리며 한나라당 차기 대권후보 가운데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명박 시장께서 서울과 지방이 다 잘사는 국가경영 차원의 더 많은 고민을 바라 마지않습니다. 정부에서도 행정수도를 옮긴다면서 수도권에 20여개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이상스런 정책은 삼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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