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시나리오 작가의 죽음과 무상급식
상태바
[데스크 칼럼]시나리오 작가의 죽음과 무상급식
  • 유순상 기자
  • 승인 2011년 02월 10일 21시 30분
  • 지면게재일 2011년 02월 11일 금요일
  • 21면
  • 지면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순상 문화레저부장

32세의 전도유망한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다 숨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자식이 저버린 노인들의 죽음과는 또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 영화계 및 문화산업의 구조적인 부당성을 지적하는 이야기부터 ‘영화 산업 시스템의 문제로 인한 명백한 ‘타살’이라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강력한 메시지 등 이곳저곳에서 많은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흔히들 “요즘에도 굶는 사람이 있냐”는 말을 하곤 하는데 실제 굶어죽은 사람생긴 것이다. 어느정도 살만해지면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등 최소한의 먹거리와 교육 등을 나라가 보장하고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대전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놓고 말들이 많다. 문제 해결의 핵심인물인 염홍철 대전시장과 김신호 대전시교육감이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데다 구청장들간에도 의견이 달라, 시민들은 헷갈려하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해준다는데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특히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사교육비로 허리가 휘는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들로서는 내 아이가 무료로 밥을 먹는다면 반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

소위 잘 사는 사람들은 전면 무상급식으로 급식의 질이 더 떨어져 가뜩이나 내 아이가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못하고 있는데 더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 넓게 무상급식이 가져올 의미를 살펴보면 부모들의 입장은 더욱 차이가 난다. 결국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돈은 국민들이 낸 세금에 의한 것이고 초등학교 자녀를 두지 않은 부모들은 ‘내가 무상급식 부담을 지어야 하냐’며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다 첫째와 둘째, 앞으로 1년 후면면 막내까지 초등학교에 입학해 아이들 뒷바라지에 ‘올인’하고 있어 급식비라도 절약된다면 정말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정말 큰틀에서 보면 생각은 다소 달라진다. 젊은 시나리오가 작가처럼 굶어죽는 사람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당장 내아이 급식비가 절약 되는 것은 좋겠지만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재원중 일부를 아껴 정말 밥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무상급식의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전국민이 앞만 보면서 달려와 이제는 살만한 나라가 됐지만 세상은 정말 각박해져 간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지만 월급 인상을 추월하는 물가와 아이들 뒷바라지 등 옛날에 비하면 들어가는 돈이 상상을 초월해 대부분의 가정들은 여유가 없다. 따라서 자신과의 이해관계를 떠난 주위사람들을 돌아볼 여유가 점점 없어진다.

옛날에는 국민 대다수가 못살았기 때문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가까운 이웃과 나누는 정은 지금부터 훨씬 돈독했던 것 같다는 기억이 난다.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던 대전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도 어떤 형태로던 결론이 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에 한번쯤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내 위주로 생각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더욱 각박한 세상이 될 것이다. 나만 잘먹고 잘살면 되지 남이면 죽던 말던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자기위주의 생각이 극치에 달할 것이다.

제2의 시나리오 작가가 나오지 않도록 한정된 예산의 활용방안을 대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때이다.

빠른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