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10명만 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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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10명만 미치자
  • 대전매일
  • 승인 2004년 04월 14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4년 04월 14일 수요일
  •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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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회장
선거가 가까워진 어느 날, 한 고등학교 학생이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 울고 있었다.지나가던 선생님이 이를 보고 "왜 우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학생은 "선생님, 우리 아버지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그런데 떨어지면 집안이 망할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당선되면 나라가 망할 것이구요. 그래서 우는 것입니다" 하고 대답을 하더라는 것이다.

떨어져서도 안되고 당선돼서도 안될 이 기막힌 기로에 서 있는 사람이 어디 그 학생의 아버지뿐이겠는가.

이제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24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코스를 질주하는 마라톤 선수처럼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안쓰럽게 뛰고 있다.

과연 누가 당선될 것인가.

과거부터 선거 판에 전해 오는 이야기가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와 같이 미친 사람 10명만 있으면 승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후보처럼 미친 운동원 10명을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다. 선거사무실에 북적거리는 운동원들은 많지만 실제로는 거품이 더 많다.

그런데 요즘은 후보자와 같이 미친 사람이 10명도 넘고 1000명도 넘는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모두가 미쳤다고 한다.

미친 듯,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며 싸우는 모습이 이번 17대 국회의원 선거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왜 이렇게 사활을 건 싸움을 하는 것일까. 탄핵 때문일까.

하긴 '미쳤다'는 말이 정치권과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국회에서의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다.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국회가 미쳤다'고 몰아붙였다. 이때부터 '미쳤다'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말이 씨가 되고, 흉보면서 닮는다는 속담처럼 곳곳에서 비정상적 미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생명을 바쳐 주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이 죄 없는 주민에게 권총을 발사해 죽인 사건은 분명 제정신이 아니다. 권투선수처럼 학생을 폭행하는 선생님도 미치지 않고는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7조원이라는 사상 최고의 천문학적 청약금이 몰려 세상을 놀라게 한 서울 용산 시티파크 당첨이 '당첨' 그 한순간에 현장에서 2억 5000만원의 웃돈이 거래되었다니 이렇게 미친 나라가 어디 있는가.

선거도 그렇다. 16대 국회가 실패한 국회라면 국회만은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그런 실패하는 국회가 나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그런데 지금처럼 흥분한 머리를 가지고는 성한 사람을 식별하기 어렵다. 법으로 선거 운동을 못하게 되어 있는 선생님과 공무원 등이 열을 올리는 것도 식별을 흐리게 한다.

나이 먹은 사람과 젊은 사람 세대간 편 가르기, 난데없는 대통령 부인의 학력 등등. 무책임하게 토해내는 말도 상황을 흐리게 하고 선거를 너무 이벤트화하는 것 역시 그렇다.정말 지금 우리는 너무 흥분해 있고 차가워야 할 가슴은 너무 뜨겁다.

'아내로 맞이할 여자를 고를 때는 밤에 고르지 말라'는 말이 있다. 밤은 정감(情感)에 지배되기 쉬어 냉정한 눈으로 여자를 볼 수가 없다는 뜻이다.

탄핵문제가 투표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탄핵만이 전부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이 나라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왔고 중국은 고속 질주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최저의 경제 성장에 헤매고 있는 현실, 이 현실을 어떤 인물이 타개할 수 있는지도 따져 보자. 각 정당의 정책과 공약도 꼼꼼히 살펴보자.

우리에게는 너무나 국가적 과제가 많다.

남북문제, 교육 정상화문제, 행정수도문제, 실업자문제,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문제 등등.

차가운 가슴으로 신랑이 신붓감을 고르듯, 신부가 신랑감을 고르듯 그렇게 따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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