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교도소 가는 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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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교도소 가는 교육감 선거
  • 대전매일
  • 승인 2004년 06월 07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4년 06월 07일 월요일
  •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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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회장
지난 3월 5일 대전지방 사상 초유의 폭설이 내린 날 저녁이었다.

자동차 통행도 거의 멈추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걸어서 퇴근을 했다. 필자 역시 그랬다.

그런데 아파트에 도착해 보니 동네 주민들이 산더미 같은 눈을 치우느라 분주했다. 그 가운데는 퇴임이 얼마 안 남은 홍성표 대전시교육감의 부인과 아들, 갓 시집온 며느리도 있었다. 전 가족이 모두 출동한 것이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끝까지 눈을 치웠다.

홍 교육감 자신이 이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댈 때도 주차선 안에 정확히 집어넣기 위해 몇 번씩 전·후진을 되풀이하는 것을 볼 때가 많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교육감이란 남달리 일상의 모습을 '교육자'답게 거울처럼 비추며 살아야 하는 것임을 느낀다.

교육감이 행사하는 교육행정을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미국 어느 교육자는 "초등학교 1학년 때의 담임선생이 누구인가에 따라 벌써 인생의 60%는 결정된다"고 했다. 그만큼 교원의 인사정책이 중요한 것인데 교육감은 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지는 것.

지난해 대전의 외국어고등학교 이전에서 보여 주었듯이 교육행정에 대한 소신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중요한 교육감 선거가 임박해 오고 있다. 충남교육감 선거는 한 달도 못 남았고 대전시는 7개월을 앞두고 있다. 이미 후보자들의 이름도 지상에 여러번 소개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나친 과열과 반교육자적 선거행태다.

우리는 지난 연초 제주도교육감 선거에서 당선자건 낙선자건 그리고 돈을 받은 학부모들까지 무더기로 줄줄이 구속된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충남은 현직 교육감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었고 인근 충북이나 기타 지역에서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었다.

'교육감 선거가 있는 곳에 비리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났는가.

가장 교육적으로 치러져야 할 교육감 선거가 가장 비교육적으로 치러지고 과열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출신 학교 동창간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등 마치 정치인들의 구태를 흉내내는 일이다.

교육감이 동창회장 선거는 아니잖은가. 그 양상은 선거당국이 해당자들에게 경고를 해야 할 만큼 볼썽사나운 꼴이 됐다.

물론 선거라는 생리가 지역과 학연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만은 이런 것에서 최대한 벗어나야 하는데 오히려 이것을 조장한다면 우리 대전, 충남 교육의 미래는 없다.

이처럼 동창회나 지역담합이 이루어질 경우, 으레 등장하는 것이 일정 부분의 인사권을 바터하거나 차기에 대한 보장 등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검은 거래가 얼마나 우리 교육풍토를 어지럽히는 것인지를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법적으로도 교도소행에 해당되지만 반교육적이고 반윤리적이다.

그런데 벌써 편 가르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교육감으로서의 자질과 교육에 대한 정책 제시다. 이런 비전도 없이 적당히 세를 모아 당선만 되고 보자는 후보자가 있다면 지금 바로 포기하는 것이 좋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지금의 선거방식을 하루빨리 주민직선제도로 바꾸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고는 선거가 끝나고 감옥에 갈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다시 한번 동창회장 선거가 아니라 교육정책 대결의 교육감 선거가 되길 기대한다. 교육공무원들의 줄서기, 눈치 보기가 사라져야 우리 교육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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