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염홍철 시장과 '행정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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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염홍철 시장과 '행정수도'
  • 대전매일
  • 승인 2004년 07월 05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4년 07월 05일 월요일
  •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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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회장
신파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스승을 따르자니 사랑이 울고, 사랑을 따르자니 스승이 운다'는 대사가 생각난다.

가난한 소년이 여선생님의 헌신적 도움으로 공부를 하여 훗날 검사가 된다.

그런데 검사에게 사랑하는 아름다운 애인이 생겼다. 둘은 결혼까지 약속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애인의 아버지가 일제 때 고등계 형사로, 여선생님의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다 하여 체포해 감옥살이를 시켰고 끝내는 감옥에서 숨진 사실이 밝혀졌다.

자신의 절대적 은인인 여선생님은 눈물로 결혼을 반대한다. 검사는 너무도 큰 충격에 휩싸여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스승을 따르자니 사랑이 울고, 사랑을 따르자니 스승이 울고….

이 말은 비슷한 환경에서 어느 편을 선택해야 할지 갈등을 일으킬 때 흔히 쓰인다.

지난주 시·도지사들이 민선 2기를 마감하고 민선 3기를 시작하는 임기 4년의 분수령을 맞았다.

심대평 충남지사는 서울에서 5000명 가까운 각계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성대한 출판기념회를 통해 미래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보였으며, 하루 뒤 염홍철 대전시장은 그의 야심적인 대덕밸리테크노마트 개관식을 갖고 이제 '한강의 기적을 끝내고 대덕의 기적'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2만불 시대를 대덕밸리가 이끌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도지사 임기의 분수령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연설을 통해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조치법 국회 통과와 관련, 충분한 타당성 검토와 여론수렴을 거치지 않은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한다"면서 '수도이전특위'를 구성해 그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에 착수하자고 제안했다.

이것은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후보지의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제동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한나라당의 흐름에 제일 난처한 사람은 한나라당 소속의 충청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일 것이다.

염홍철 대전시장, 이원종 충북지사, 그리고 성무용 천안시장을 비롯한 유성, 아산 등 4∼5명의 기초단체장들.

자민련은 당론이 행정수도 이전이기 때문에 심대평 지사를 비롯한 단체장들은 다행히 자유로운 입장이다.

아무래도 가장 어려운 입장은 염홍철 시장일 것이다.

물론 지난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특별법을 통과시켰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처럼 서서히 흐름을 바꾸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염홍철 대전시장이 오죽했으면 신행정수도 건설을 뒷받침하겠다는 박근혜 대표의 확약이 있었음에도 머뭇거리는 인상을 주는 것은 공당으로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염려된다는 서한을 당에 전달했을까 이해가 된다.

염 시장은 충북지사와 함께 박근혜 대표를 면담하고 지역민의 뜻을 전달한 바도 있다.

이와 같이 당의 흐름과는 달리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는 염 시장의 행보를 두고 '한나라당 탈당'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염 시장은 탈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은 생각지도 않는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사실 그와 같은 사태가 온다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어쨌든 '대덕의 기적'을 선언하고, '복지 만두레'를 전도하는 민선 3기의 염 시장에게 '스승을 따를까, 사랑을 따를까' 하는 정치적 갈등으로 혹시라도 힘이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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