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다시 생각할 大田·忠南 통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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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다시 생각할 大田·忠南 통합론
  • 대전매일
  • 승인 2004년 07월 19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4년 07월 19일 월요일
  •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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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1월 20일 일본 국회에서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이께우에(池上四郞)가 새해 조선통치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주요 내용은 충남과 충북을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도명은 '충청도'로 하겠으며 도청 소재지는 대전으로 정하겠다고도 했다.

일본 중의원들은 덤덤하게 받아들였지만 그날로 공주와 충북에서는 난리가 났다.

충북에서는 전 도민들이 일어나 통합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에 필요한 자금을 위해 모금 운동도 벌였는데 3000원이라는 당시로서는 거금이 단번에 모아졌다.

이렇게 되자 일본총독부는 자칫 항일독립 운동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여 충남·북 통합계획을 철회했다.

사실 충남·북이 통합됐어도 당시 경상북도 또는 경기도 하나만도 못한 도세였지만 만약 통합이 이루어졌다면 어떠했을까.

그런데 충북과 합쳐도 시원찮은 충남이 13년 전 '대전광역시'를 분가시켰고 앞으로 행정수도가 충남으로 올 때 또 한 번 분가의 진통을 겪어야 할 운명에 놓여 있다.

행정수도가 공주·연기로 올 경우 인구 50만 규모가 되는 특수한 도시의 지위를 부여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충남도로부터 독립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서울처럼 '특별시'가 될지 미국 워싱턴처럼 'D.C'(District of Columbia 컬럼비아 특구)와 같은 위상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그 어떤 것이 되든 충남은 또 한 번 분가를 해야 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따라서 지금 도청을 어디로 옮기느냐를 결정하자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

오히려 이 기회에 대전·충남의 통합을 논의하자는 일부 학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경상북도가 지금껏 도청을 옮기지 않고 대구에 둔 채 다시 통합론이 제기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전라남도의 경우는 더 그렇다. 시·도 통합 운동이 거센 가운데서 무안으로 도청을 옮기려는 전남도가 지금도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매우 교훈적이다.

전남도청을 무안으로 옮기는데 공공 부문에서 5조원, 민간 부문에서 5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이것은 결국 지역경제를 궁지로 몰아넣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악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시·도 통합논자들의 주장이다.

또한 통합논자들은 지방이 국제경쟁의 기본단위가 되는 글로벌시대에는 대외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시·도가 분리하기보다는 통합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오히려 지역갈등을 빚고 있는 천안·아산을 하나로 통합하여 발전의 에너지를 높이자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논리다.

사실 이번 정부의 지방대학 누리사업에 있어서도 대전·충남이 하나인 상태에서 추진됐다면 대전·충남의 더 많은 대학들이 정부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교수들도 많다.

특히 대전·충남은 금강의 물을 함께 먹고 계룡산 바람을 함께 마시며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분리될 수 없는 같은 정서, 같은 애환을 나누며 살아 온 한 뿌리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행정구역이 갈라졌다 하여 얼마나 소모적인 일이 벌어지는 걸 보고 있는가.

예를 들어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시는 시로 승격되었지만 수돗물과 시내버스 같은 대중교통, 심지어 전화, 통신 등이 대전시의 것이다. 그러나 행정구역은 충남도다.

따라서 지금 다시 통합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는가. 행정수도가 오는 시점에서.
 <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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