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과 지방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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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장과 지방의원
  • 충청투데이
  • 승인 2014년 10월 02일 20시 55분
  • 지면게재일 2014년 10월 03일 금요일
  •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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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본사 명예회장

"Be British!”(영국인답게 행동하라!)

이것은 영국의 리치필드에 있는 타이타닉호의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의 동상에 새겨져 있는 말이다. 스미스 선장은 1912년 4월 15일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혀 침몰할 때 선원들에게 승객의 구조를 독려하며 이렇게 "Be British!"를 외쳤다.

그리고 그는 끝까지 배를 떠나지 않고 바다에서 죽었다. 15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비극이었다. 생존자는 705명. 선장은 생존의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거부하고 책임과 의무에 충실했던 것. 선장의 말에 따라 악사들도 탈출을 포기하고 마지막까지 승객들을 위한 연주를 했다.

지금도 영화에 나오는 '타이타닉'호의 선장, 선원, 그리고 배가 기울어 침몰하는 순간까지 열심히 악기를 연주하던 악사들 모습은 감동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타이타닉'호의 선장과 선원들이 보여줬던 위대한 감동과는 달리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든 국민을 경악과 분노를 치솟게 했다.

승객과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의 어처구니없는 모습 때문이었다. 더욱 탈출한 선장이 물에 젖은 5만원권을 말리면서 태연히 식사를 하는 모습에서 같은 인간임이 부끄러웠다. 시급을 다투는 대혼란과 아우성 속에 승객의 구조를 팽개치고 돈을 세다니….

그런데 지난달 19일 대전 서구의원들이 9월분 의정활동비로 1인당 337만여원을 받았다는 보도를 보고 승객을 버린 채 돈을 챙기는 선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승객을 버린 선장, 주민의 열망을 버리고 의정비만 타는 지방의원. 3개월 동안 파행을 거듭, 아무것도 한 일없이 싸움만 벌인 의원들에게 국민 세금이 보수로 지출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한다. 이렇게 하여 서구의원들이 3개월 동안 챙긴 국민혈세는 2억 253만원.

세월호 참사를 겪고 한동안 모든 분야에서 자성(自省)의 소리가 높았고 그것은 '국가 대개조'로 총의가 모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는 100명의 엄마들 중 91%가 '지금 같은 공무원들로는 개조가 불가능하다'며 공무원 개혁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한 언론은 1998년 외환위기 때 미국의 MIT공대의 저명한 경제학자 루디거 돈부시 교수의 말을 상기시키기까지 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관료들을 모두 국외로 추방해야 한다'고 극단적 표현을 했던 것.

그런데 만약 세월호 참사 후 지리멸렬한 우리의 의회주의 모습을 일찍 접할 수 있었다면 공무원개혁보다 '의회 개혁'을 더 강하게 요구했을 것이다.

정말 요즘 지방의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너무 자주 접한다. 경상남도 창원시의회는 최근 의회 개회 중에 한 시의원이 안상수 시장에게 야구공 던지듯 계란을 던져 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얼핏 이 뉴스를 보면서 2011년 11월 당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전남 고흥)이 한ㆍ미 FTA에 반대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장면이 연상되었다. 문제는 이들 꼴불견 싸움이 대부분 지역발전이나 주민의 이익증진이 아니라 감투싸움이라는데 혀를 차게 된다.

민선 5기 때 유성구의회가 3개월이 넘도록 원구성도 못한 채 싸움판만 벌이고 외유성 해외연수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그런 것이다. 오죽하면 '유성구의원 사퇴하라!'는 시민단체의 시위가 있었을까.

그런데 이번 서구의회의 경우는 의원들의 '의정활동비 반납하라'는 시민단체의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혈세만 축내는 그런 지방의회는 없는 게 좋지 않을까? 자꾸만 세월호 선장의 뻔뻔스럽던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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