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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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 트램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4년 12월 10일 20시 03분
  • 지면게재일 2014년 12월 11일 목요일
  •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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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미슈콜츠는 중세시대에 멈춰있다. 현재를 살면서, 과거를 음미할 수 있는 건 클래식한 분위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지만 동시에 멈춰있고, 멈춰있지만 동시에 펄떡인다. 인간을 품은 성모 마리아 순례길, 도심 한가운데로 흐르는 실개천, 사람과 삶을 감싸 안은 길목, 다운타운의 시민광장, 소담스런 벼룩시장과 파시 같은 야채시장, 잔잔하게 도열한 바로크 교회, 700만년 세월을 담은 빛바랜 박물관, 폭포와 동굴온천…. 도시는 이 많은 것들을 오롯이 풍경에 담으면서 덜컹거린다. 이 지상 최고의 중세 여행은 바로 트램(노면전차)에서 시작해 트램으로 마무리된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이 트램으로 최종 결정됐다. 장장 12년간 끌어온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끄러워도 한참 시끄럽다. 덜컹거려도 너무 덜컹거린다. 시민의견을 물었지만, 시민의 말은 남아있지 않고 시민단체의 말만 남은 듯하다. 여론(輿論) 또한 수렴했지만 이 또한 공론(空論)으로 끝났다. 교통약자를 위한 선택이었다지만, 자가용 운전자의 선택은 가벼이 버려졌다. ‘선택’이란 O, X를 고르는 게 아니라, 하나를 버리는 것이다. 기묘한 웃음이 떠돌고 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 해괴한 웃음은 냉소적이고 음산하다. 시민을 향해, 그러니까 시정(市政)을 향해 웃고 있는 비열한 웃음들을 어떤 시선으로 봐야 할까.

▶이제 선택은 됐고 어찌하든 종착역을 향해 달려야한다. 일단 ‘전차는 도로 위를 운행할 수 없다’고 명시한 도로법을 뜯어고쳐야한다. 최소 몇 년 걸린다. 트램이 지나갈 수 있도록 신호·교통체계를 손봐야하고 가파른 테미고개, 계백로 불티구름다리를 넘어야한다. 20년 넘게 수천억원을 들여 만든 자기부상열차도 ‘고물’이 되기 전에 팔아야한다. 0.5㎝ 눈만 쌓여도 교통지옥이 되는 도시, 굵은 가랑비만 내려도 주차장이 되는 도로, 고장난 차 한대 멈춰서있어도 수백m 나라비(줄서기)를 서야 하는 도시…. 만약, 트램을 타고 대전유람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어떤 풍경, 어떤 빛깔들이 보일까. 결코 고혹한 중세낙원 미슈콜츠는 아닐 것이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정이 바뀌는 통에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더더구나 지역의 100년 대계를 한사람의 뜻으로 결정하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물론 어떠한 결론을 내렸어도 도시철도 기종·방식은 ‘산’으로 올라갔을 게 뻔하다. 무엇을 내놔도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반대부터 하는 작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2호선 하나 가지고 12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교통대란을 생각하면 3,4호선도 만들어야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돌고 돌 경우 100년쯤 걸릴 것이다. 에휴~ 돌아버리겠다.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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