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나라 주상(主上)께서는 장병들을 위로하시기 위해 소생에게 소 12마리를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어서 거두어 주십시오.”
자신이 가진 소 전부를 바치려고 한 것이다. 이 말을 듣자 생각이 달라진 세 장군은 공격 목표를 바꾸어 또 다른 진(晉)나라의 속령(屬領)으로 있는 활(滑)이라는 곳으로 쳐들어갔다. 당시 진나라는 문공(文公)이 죽어 국상(國喪) 중에 있었으나 태자(太子)는 즉시 용장(勇將)을 파견해 침략군을 섬멸했다. 포로가 된 진(秦)나라 세 장군은 태자 앞에 끌려 나와 사형에 처하게 됐다. 그러자 목공의 딸인 태자의 모후(母后)는 그들의 구명을 청원했다.
“저들을 죽이면 강국인 진나라 목공은 원한이 뼈에 사무쳐(원입골수·怨入骨髓) 반드시 이 나라를 치기 위해서 군대를 일으킬 것이오. 그렇게 되면 크나큰 전쟁을 치러야 하니 저들을 살려 보내는 게 좋겠소.”
태자는 모후의 말을 옳게 여겨 세 장군을 모두 풀어 주어 본국으로 돌려 보냈다. 과연 모후의 예언은 맞아 떨어져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일시지분 면백일지우(忍一時之忿 免百日之憂·한 때의 성냄을 참으면 백일의 근심을 면할 수 있다)처럼 우리도 선을 베풀면 곧이어 덕이 돼 어려움을 면하게 해 줄 것이다.
<국전서예초대작가·前대전둔산초 교장 청곡 박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