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蜜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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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월(蜜月)
  • 충청투데이
  • 승인 2015년 06월 09일 19시 50분
  • 지면게재일 2015년 06월 10일 수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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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속 사연]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밀월. 결혼 직후 즐겁고 달콤한 한달여 동안의 기간을 의미한다. ‘결혼식을 마치기 무섭게 그들은 밀월을 즐기기 위해 몰디브 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금은 밀월 기간이라 서로 사랑 이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거야’. 꿀(蜜)과 달(月)이 합쳐진 단어다. '꿀처럼 행복한 한 달'이란 뜻이다. 꿀과 달. 어떤 관계가 있길래 한 몸이 되어 이런 뜻을 만들었을까.

스칸디나비아의 결혼 풍습에서 유래됐다. 스칸디나비아 신혼부부는 한달 동안 꿀이 첨가된 맥주를 마신다. '미드(mead)'라 하는 이 꿀 술은 여자 부모가 빚었다. 건강한 아이를 많이 낳기 위해서다. 꿀이 정력 증강에 효과가 있고 술은 성적 흥분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인들은 꿀 술을 마시는 기간을 'honey-moon(허니문)’이라 했다. 여기서 ‘honey'는 이해가 가지만 'moon’은 뭔가. 달이 차고 기우는 데는 한 달여(29.5일)가 걸린다. 한 달 동안 꿀 술을 마시기 때문에 ‘moon’이 붙은 것이다. 이 ‘honey-moon’을 중국에서 그대로 번역해 ‘蜜月’이란 단어가 탄생했다. 우리 역시 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 '밀월'의 의미가 우리나라에선 '친밀한 관계'까지 확대됐다. 집권초기 언론은 일정 기간 동안 정권에 대해 공격을 자제한다. 이 시기를 '밀월'이라 한다. 수권을 했으니 일정기간 동안 봐주는 아량이라 할까.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정치집단이나 정치인들이 일정기간 동안 의견을 같이하는 정치 행위로도 쓰인다. 문제는 일정기간이 지난 뒤 의견일치가 지속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밀월이 끝났다'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 것을 보면 밀월은 한시적이고 뒤집어 질 가능성이 높다. 밀월은 주로 정치용어이며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蜜'이 '몰래, 비밀리'라는 뜻인 '복(宓)'을 가진 데다, 달은 태양과 달리 한 달 주기로 매일 변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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