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제는 지친 마음도 치료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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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이제는 지친 마음도 치료할 때
  • 충청투데이
  • 승인 2015년 06월 10일 19시 55분
  • 지면게재일 2015년 06월 11일 목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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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황원민 건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 증후군)가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4일 중동 4개국에 업무차 출장을 다녀온 68세의 남성이 일주일 후 원인불명의 질병에 걸렸는데,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5월 20일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 '메르스'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지도 벌써 3주째이다.

100여명의 확진자와 3000여명에 육박하는 격리자들, 그리고 이들을 메르스 소용돌이에서 구하고 있는 수많은 의사, 간호사, 병원직원, 정부부처 전체 공무원과 그 가족들 모두 일상에서 한참 벗어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병원도 메르스로 떠들썩했다. 뉴스에서만 듣던 희귀한 질병의 현장을 직접 겪게 된 것이다.

메르스가 대전에 상륙한 5월 마지막 주말, 간호팀장에게 긴급한 한 통의 전화가 오면서 필자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솔직히 며칠 전 보직교수 회의에서 메르스 관련해 회의를 가지면서 각 부서마다 이것저것 준비하며 점검하라고 서로 이야기 할 때만해도 우리의 일이 아니라 수도권의 먼 이야기로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나간 병원에서는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모두들 상황을 인식하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지만 걱정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메르스로 인한 4차 감염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가 정해졌다. 관련부서마다 긴급하게 확인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모두가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들어졌다.

자택 격리자들이 결정되고 그들과 통화할 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환자 분이나 그 가족들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우리가 알다시피 전염병은 예방 위주의 접근이 가장 중요하고 아울러 초기 보균자들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자가 격리나 병원 수용 등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질병을 관리하는 정부나 이를 보도하는 우리 언론은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건지 되짚어 볼 필요성이 있다.

병원의 실명이 공개돼 국민들이 메르스 환자가 몇명 발생한 병원이라는 낙인이 찍혀서인지 외래환자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은 아예 폐쇄가 돼 있거나 의심환자들을 이미 격리병동으로 옮겨져서 전혀 위험하지 않은 데도 국민들은 믿지 않는 것이다.

메르스는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 앞 식당을 가봐도 사람이 없다. 외출 자체를 꺼리기 때문에 극장이나 테마파크 등 문화·레저산업은 물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도 비틀거려 침체기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모든 걸 떠나서 메르스는 더 확산되기 보다는 곧 안정화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쯤에서 우리는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걱정해야 한다.

국민들 서로가 아픈 상처를 씻고 서로 배려하고 보듬어주는 분위기가 조성해 예전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격리병동 안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을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난다. 얼마 전만 해도 넉넉하게 웃음짓던 할머니 환자도 메르스로 인해 신경이 너무 날카로우셔서 말 한마디 건네기가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우울증 약을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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