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 표절 사태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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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 표절 사태에 부쳐
  • 충청투데이
  • 승인 2015년 08월 03일 19시 50분
  • 지면게재일 2015년 08월 04일 화요일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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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감연희 설치미술가
지난 6월 스타 작가인 신경숙이 일본 작가의 글을 표절했다는 보도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기사에 표절이라고 지적한 글을 비교해보면 이는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그동안 많은 작가들이 표절 의혹에 휩싸였지만 신경숙의 표절 논란이 더욱 절망적인 이유는 그가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이기 때문이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5년 전에 이미 ‘95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에 실린 단편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당시 한국문단은 침묵으로 응수했다. 표절 시비에도 신경숙은 끄떡없었다. 그는 여전히 각종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각광받는 작가였고, 비평가들로부터 찬사에 가까운 호평을 받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문단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5년 전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다. 인터넷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각성한 누리꾼들이 당시와는 결정적으로 다른 양상을 만들어냈다.

신경숙 표절논란은 문화계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표절 논란과 관련해 출판사 창비는 홈페이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경숙을 옹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런 창비의 모습은 대중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창비는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백낙청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믿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그곳이 표절 작가를 두둔하고 나서다니 충격이었다.

소위 잘 팔리는 작가와 그들을 비호하는 문학출판사와 평론가, 그리고 고액 문학상 운영을 통해 그들과 결탁한 언론사 등 '문학권력'은 신경숙 표절과 창비의 적극적 옹호에서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자본이 문학을 잠식한 것도 단순히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자본이 잠식하지 않은 부분이 존재하지 않다는 말이 더 합리적으로 다가올 정도로 현대사회는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다. 거대한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은 단순하게 경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자본은 우리가 사는 세상 모든 분야에 침투해 잔인한 힘자랑을 하고 있다. 그 안에서 순수라는 단어는 과거의 유물이 돼버린 지 오래다. 그 어떤 분야에서도 순수라는 단어는 사용 불가한 존재가 돼버렸다.

당나라의 문장가 한유는 사필기출(詞必己出), 반드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진언지무거(陳言之務去), 남이 이미 써서 진부해진 말을 제거하라고 했다. 두보는 어불경인 사불휴(語不驚人 死不休), 내 말이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못하면 죽어서도 그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또 연암 박지원은 "남을 아프게 하지도 못하고 가렵게 하지도 못하고 구절마다 범범하고 데면데면하여 우유부단하기만 하다면 이런 글을 대체 어디다 쓰겠는가?"라고 했다. 모두가 단독자이며 교환·대체 불가능한 문장가들의 자부와 다짐이 담긴 말이다. 그런데 표절이라니.

자본의 지배 속에서도 순수함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 존재한다. 하지만 표절이 지배하는 사회는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보다 추악하고 타락한 모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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