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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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 충청투데이
  • 승인 2015년 08월 04일 20시 14분
  • 지면게재일 2015년 08월 05일 수요일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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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속 사연]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아이러니.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제와 반대되는 뜻을 의미한다. 또는 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를 뜻한다. 우리 말이 아니다. 유래는 아주 먼 옛날 그리스 희극에서 찾을 수 있다. '역설적인'으로 번역되나 원래 의미를 담아내기에 부족하다. 그래서 그냥 '아이러니'라 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도 지지리 못했던 학생이 교사가 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영어로 'Irony’, 그리스어로 ‘ironeia’다. 이 ‘ironeia’는 그리스 희극의 등장인물, 에이런(Eiron)에서 비롯됐다. 이 에이런의 말과 행동양식에 적용됐던 용어가 아이러니다. 희극에서 에이런의 상대역이 알라존(Alazon)인데, 그는 허풍쟁이다. 그는 늘 허풍을 떨면서 상대방을 속여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허나 에이런에게는 당할 수 없었다. 에이런도 평범하고 약했지만 교활하고 위선적인 면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에이런은 평범과 나약함을 가장해 알라존을 한 방에 무너뜨렸다. 본성이나 특성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그 본성이나 특성에 반대되는 면을 보여주며 상대를 속이는 행위를 ‘에이런’의 이름을 따 아이러니라 했다.

아이러니는 플라톤의 ‘국가론’에 처음 등장한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가리키는 뜻으로 말이다. '나는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무지를 내세우며 질문을 던짐으로써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이기는 방식이 '소크라테스적 아이러니'라고 플라톤은 지적한다. 언어 자체가 그 의미와 모순되는 로마의 수사학적 비유법을 가리키는 용어이기도 하다. 아이러니는 개념의 외관과 실제 사이의 불일치나 부조화를 내포한다. 개념에 부조리와 역설의 요소들이 존재한다.

아이러니를 자주 표출하는 인간은 누구일까. 불문가지, 정치인이다. 겉으로 국가나 민족을 위한다면서 속으로는 주식(主食)인 표에 목을 매고, 정치행위의 승리를 위해 그럴싸한 명분과 논리를 끌어다대기 때문이다. 이런 지경인데도 나라가 돌아가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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