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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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
  • 충청투데이
  • 승인 2015년 09월 29일 18시 06분
  • 지면게재일 2015년 09월 30일 수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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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속 사연]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호주머니. 물건을 넣어 담고 다닐 수 있도록 별도의 천을 저고리나 바지 등 옷에 대거나 곁들여 만든 옷의 부속물이다.

"아무리 호주머니를 뒤졌지만 땡전 한 닢 나오지 않았다"는 순수 우리말일까. 아니다. '호’와 ‘쥐다(악:握)’, ‘ㅁ'과 ‘어니’가 합쳐진 단어다. '호’는 한자어 ‘胡’로 ‘오랑캐(兀良哈))’란 뜻이다. 그러니까 호주머니는 ‘오랑캐 주머니’다.

순수 우리말인 ‘주머니’는 한자어로 ‘낭(囊)’이다. 자질구레한 물품이나 용돈 따위를 넣고 입구를 졸라매어 허리띠에 차거나 손에 들도록 만든 물건이다. ‘주머니’와 ‘옷’이 분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전통 옷은 그냥 몸을 가리는 역할만 했지 어떤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주머니’와 ‘호주머니’는 기능면에서는 같지만 형태면에서는 엄연히 다르다. 옷에 부착돼 있으면 '호주머니'고, 분리돼 있으면 '주머니'다.

우리 민족이 '호주머니'란 말을 쓰고 옷에 호주머니를 만들게 된 때가 언제부터일까. 아마도 한(韓)민족이 오랑캐를 만난 이후일 게다. 발해가 멸망한 뒤 그 지역에 살던 오랑캐가 새로 건국한 고려(高麗)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을 때 말이다. '오랑캐'는 두만강 연변과 그 북쪽에 살던 여진족 가운데 한 부족이다. 중국 쑹화강, 무단강, 헤이룽강, 두만강 일대에 살던 민족들을 미개한 종족이라는 뜻으로 멸시해 이르던 말이다. 주로 수렵을 했던 여진족은 말을 탄 채 활과 창으로 사냥하다 보니 소지품을 손에 직접 들고 다닐 수 없었다. 해결책이 필요했다. 묘안(妙案)은 옷에 별도의 천을 덧대 물건을 넣는 공간을 만드는 것. 옷에 주머니가 붙어있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은 이 공간을 보고 우리말 '주머니'에 접두사인 오랑캐 '호(胡)'를 붙여 '호주머니'라 했다. 이때부터 우리 옷에 주머니가 부착되기 시작했고 '호주머니'란 이름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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