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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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 충청투데이
  • 승인 2015년 12월 08일 20시 10분
  • 지면게재일 2015년 12월 09일 수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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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속 사연]화장실 기호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사물 속성이나 용도를 쉽게 알 수 있다. 사물 모습이나 특징을 압축해 사람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든 기호(記號) 때문이다. 도로 표지판이나 비상등의 그림, 온천과 유적지 등 시각 언어가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화장실을 상징하는 기호는 무엇일까. 남녀 형태를 단순화시킨 그림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대부분 다 그렇다. 화장실을 묻지 않아도 이 그림만 보면 볼일을 볼 수 있다. 어떻게 해서 화장실 기호가 '서 있는 사람 모습'이 되었을까. 오히려 물이 떨어지거나 쭈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보다 더 상징적일 텐데 말이다. 이 기호에는 역사와 철학, 경제적 효율성이 담겨있다.

이 기호는 오스트리아 정치경제학자인 노이랏(Otto Neurath, 1882~1945)이 만들었다. 그는 많은 전시물을 갖춘 박물관을 지었다. 2%가 부족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관람할 수 있습니다'라고 일일이 전시관 문에 안내문을 써 부착하기가 복잡하고 번거로웠다. 뭐 간단하고 단순한 것이 없을까. 고민 끝에 기발한 착상이 떠올랐다. 기호였다. 남녀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말이다. 이 기호를 문에 부착해 놓았더니 별다른 지시 없이도 관람객들이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가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었다. 그는 또 영국의 산업혁명 역사를 설명하는데 이처럼 단순화시킨 남녀의 모양을 그대로 사용했다. 검은색 기호는 가내공업의 숫자를, 붉은색은 공장공업 숫자로 표현했다. 사람 기호 하나가 특정 숫자의 노동자를 가리켰던 것이다. 


박물관 전시관에 부착된 남녀 기호가 화장실에 응용됐다. '대소변을 보는 곳' 이라는 글 대신 깔끔하고 단순한 남녀 기호를 화장실 앞에 부착해 놓았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화장실을 대변하는 기호가 탄생했다. 이 기호로 화장실과 사람의 의사소통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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