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未練)과 곰탱이
상태바
미련(未練)과 곰탱이
  • 충청투데이
  • 승인 2016년 01월 19일 19시 47분
  • 지면게재일 2016년 01월 20일 수요일
  • 20면
  • 지면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미련.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을 뜻한다. 딱 잘라 단념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가는 해를 늘 아쉬워 한다. 그 이유는 과거에 대한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한자말이다. '미련(未練)'으로 '연(練)'은 '익히다. 연습하다, 훈련하다, 단련하다' 등 다양한 뜻을 지닌 형성문자다. 이들과 다소 생뚱맞은 뜻이 하나 있다. '상중(喪中)에 상제(喪制)가 입는 옷'이다. 바로 여기서 '미련'이 유래됐다.

'연(練)'은 사망한지 1년이 되어 지내는 제사 때 입는 상복(喪服)이다. '아직 ~아니다'란 뜻인 '未'가 붙어 '미련'은 사람이 죽은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연(練)'을 입을 때가 되지 않았음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아쉬움이 남거나 단념하지 못할 때 '미련'이란 표현을 쓸까. 죽었지만 죽은 사람에 대한 생각과 정이 아직 완전하게 가시지 않아 죽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연'을 입기 전까지 살아있는 사람처럼 여기고 싶은 애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죽은 자식 나이세기(亡子計齒)와 같은 심정이다.

'연'에서 파생된 말이 또 있다. 바로 '미련 곰탱이'다. 미련과 곰탱이는 '바늘과 실' 격이다. "미련 곰탱이. 얼마나 바보 같으면 그 짓을 했겠나?" '미련 곰탱이'의 뜻은 '둔하다. 미욱하다'다. 곰탱이는 곰의 잠자리를 말하지만 곰을 낮추어 부르는 말로 더 쓰인다. 그럼 왜 하필 미련한 게 곰일까.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충분히 먹어야 한다. 곰은 겨울잠에 필요한 식량을 가늠하기 위해 이상한 짓을 한다. 일단 마구 먹고 나무에 올라가 땅으로 떨어진다. 아프지 않으면 겨울잠에 필요한 에너지가 비축되었다고 판단하고 겨울잠에 들어간다. 만약 아프면 계속해서 먹고 나무에 올라갔다 떨어지는 바보 같은 짓을 아프지 않을 때까지 반복한다. 살이 충분히 찌면 충격이 완화되어 몸이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서 곰은 미련하다.
빠른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